정부 "모든 가능성 검토"모든 일상 대부분 제약… 경제시계 멈춰소비 위축-생산 감소-투자 위축-고용 불안2주만 해도 성장률 0.2%p↓, 한달이면 0.4%p↓
  • ▲ 고속철도(KTX) 내부에서 진행 중인 방역 작업 ⓒ뉴데일리DB
    ▲ 고속철도(KTX) 내부에서 진행 중인 방역 작업 ⓒ뉴데일리DB
    전국 곳곳에서 전방위적으로 코로나19(우한폐렴) 집단 감염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3단계 조치가 시행될 경우 한국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이동 제한 등 봉쇄로 경제시계가 멈춰 설 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특히 3단계 격상 땐 생산과 소비, 투자 악화가 본격화하고 경제성장률은 –2.0%까지 곤두박질칠 것이란 강한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 환자가 441명 발생해 누적 환자 수는 1만8706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기준 지난 3월 7일(483명) 이후 173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해지자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필요한 조치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거리 두기 3단계는 10명 이상 만나는 모임이나 행사, 집합을 금지한다. 집 밖에서 하는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대부분 제약되는 것이다. 필수적인 사회 및 경제활동을 제외한 모든 외출, 모임 등이 제한된다. 

    카페나 영화관, 목욕탕, 헬스장, 학원 등 중위험 시설도 문을 닫아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은 원칙적으로 중단된다.

    이 같은 ‘일상 마비’라는 후폭풍을 몰고 올 거리 두기 3단계는 막대한 ‘경제적 타격’도 뒤따른다. 먼저 소비자는 모두 더 강하게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숙박업소와 식당, 카페 등 씀씀이에 직결되는 업종의 자영업자는 폐업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

    코로나19발(發) 경제 위기는 대기업이라고 비껴갈 수 없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호텔 등도 고스란히 충격을 받는다. 셧다운(일시 중지) 및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입장객을 제한하는 등 ‘부분 휴업’이 불가피하다.
  • ▲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모습 ⓒ뉴데일리DB
    ▲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모습 ⓒ뉴데일리DB
    민간 기업에는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가 권고됨에 따라 생산 감소도 예상된다.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 생산공장이 운영 차질을 빚고 수출길이 재차 좁아들 우려까지 커진다. 재택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업종의 경우 임시 휴업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수출 등 실적이 나빠지면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줄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 이상의 파급 효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트리플 쇼크’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수출 주력 업종 6개 협회를 대상으로 하반기(7~12월) 실적 전망을 조사한 결과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2%, 13.8%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리 두기 2단계를 반영한 것으로 3단계 조치 시 더 큰 충격을 받는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수도권 지역에서 2주간 거리 두기 3단계를 시행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소 0.2%포인트가량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1개월 동안 지속되는 경우 0.4%포인트 내외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우려는 속속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끌어내렸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 –2.2%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과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5.1%)뿐이었다. 김 연구원은 “전국 단위로 거리 두기 3단계를 격상하게 되면 올 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금융 및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 올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다 코로나19 확산이 겹쳐 투자심리도 함께 내려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경제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이 임박했다는 내용의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퍼진 지난 26일 오전 11시께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336.98까지 밀리는 등 변동성이 커지기도 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거리 두기 3단계가 된다면 경제 위축과 정부의 소득 보전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상대적 부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