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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일감을 확보하는데 비상이 걸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인해 정비사업 물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공공공사 발주마저 대폭 줄어들며 '수주가뭄'이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19(우한폐렴) 장기화로 해외건설 수주물량 감소도 불기피한 상황이어서 '건설업 위기'가 현실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조달청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적용하는 종합평가낙찰제 발주 규모는 총 53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2388억원)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무엇보다 지난 7월 '강진 까치내재터널 개설공사'(543억원) 이후 단 한건도 발주되지 않았다.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적용하는 종합심사낙찰제 발주도 마찬가지다. 최근 3개월간 발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물량을 제외하면 2165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824억원 대비 37%에 불과한 수치다.
공공공사 물량이 대폭 줄어든데는 조달청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3개월 간 조달청에 계약 요청돼 집행하지 않은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는 10건, 4939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입찰지연을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대형공사 집행 예산을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 예산 등으로 편성해 입찰지연은 물론 공사발주를 위한 여력까지 줄어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기본 방역부터 재난지원금까지 정부가 계획하지 않았던 지출을 너무 많이 했다"며 "지자체 등 발주처에서 입찰공고를 내지 않으면서 수주물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주택 공급물량 감소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5년 76만5328가구에서 지난해 48만7975가구로 급감했다. 올해 1~7월 누적 물량 역시 22만9026가구에 불과해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하반기 정비사업 수주시장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분양가 인하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사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 역시 7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외수주는 1월 56억4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월 37억2000만달러, 3월 18억2000만달러, 4월 17억9000만달러로 3개월째 감소했다. 5월 들어 18억3000만달러로 소폭 증가한 후 6월 13억2000만달러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 7월엔 해외 수주액이 7억달러에 그쳤다.
수주물량 감소뿐 아니라 공기(工期)가 지연되고 원가는 상승하면서 건설사의 재무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근로자 수급도 어려워져 인력 부족 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해외현장 공기지연 비용을 실적에 선반영하며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해외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면 2~3년 안에 일감이 없어 손 놓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