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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해외에서 저가수주로 출혈경쟁을 벌인 건설사들이 국내 비중을 높인 결과다. 국내 주택시장은 코로나19 영향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국내 주택사업 부문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코로나19로 공사가 지연된 해외사업장의 손실이 본격적으로 인식되면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5대 상장 건설사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 총액은 18조9084억으로, 지난해 3분기 18조5084억원보다 2.2% 증가했다. 영업이익 전망치 총액도 1조22억원으로, 지난해(9852억원)보다 1.7% 늘었다.
코로나19가 하반기 들어 국내에서 재확산하고 전세계적으로도 일일 확진자가 30만명을 넘는 등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대형 건설사는 큰 타격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당초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는 3분기부터는 실적 하락이 전망됐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과다.
이는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비중을 줄이고 국내 매출 비중을 높여온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림산업은 상반기 매출 중 82%, GS건설은 80%가 국내 주택 건설부문이 차지했다. 대우건설도 80%가 국내 매출이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65%, 61%였다.
해외에선 공사현장의 코로나19 발병과 지역간 이동 제한 등으로 공사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에선 공사가 멈춘 사례가 드물다.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청약열기가 뜨거운 점도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사업과 공사가 지연되면서 손실이 반영되고 있지만 주택사업이 좋아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에서 선별수주로 해외 매출을 줄여온 점이 그나마 선방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
게다가 3분기부터는 지지부진하던 해외 건설수주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아시아 지역 수주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은 10억4116만달러(약 1조2365억원)로 지난해 8월(3억6788만달러)보다 183% 증가했다. 7월보다는 59.17% 늘어난 수치다.
이중 아시아에서만 총 29건, 5억9643만 달러 규모의 수주 실적을 달성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건설은 필리핀 교통부가 발주한 2억9000만달러 규모의 필리핀 남북철도 차량기지 건설공사를 단독 수주했다. 베트남에서는 롯데건설이 2억 달러 규모의 롯데몰 하노이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는 코로나19 타격을 덜 받은 점이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동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경제에 심한 타격을 받으면서 발주물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아직 해외수주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지 않는데다 저유가가 지속하면서 중동 등 수주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사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데다 국내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따른 충격이 내년부터는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주잔고가 줄어들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 당장 코로나19 충격은 적지만 국내외에서 수주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공사가 지연된 해외 사업장의 손실이 반영되고 수주잔고가 바닥나게 되면 실적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