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2% 접고 마이너스 전환…22년만 역성장 가능성'하위 시나리오' -1.6%·한은 -1.3%보단 긍정적 전망"치료제 조기 개발시 서비스업 위주 경기회복 빨라질 것"수출의존도 높아 미·중 무역갈등은 추가적 하방요인
-
다만 KDI는 낙폭을 한은 전망치보다 다소 높게 잡는 등 올해 경제상황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하위 시나리오'는 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8일 내놓은 KDI 경제전망(9월)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1.1%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전망치 0.2%에서 1.3%포인트(p) 낮춰잡았다.
국내총생산(GDP)이 상반기 -0.7%, 하반기 -1.4%로 각각 줄 것으로 내다봤다. 5월 전망에선 상반기 -0.2% 역성장한 뒤 하반기 0.5%로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수정 전망치에선 하반기 역성장 폭이 상반기의 2배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의 잇단 역성장 전망에도 올해 플러스성장을 점쳐 정부의 낙관론에 물꼬를 터줬던 KDI는 코로나19 재확산에 하반기 경제전망을 'V자형' 반등에서 바닥을 찍은 후 천천히 상승하는 'U자형'으로 선회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낮춘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IMF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정사실로 한 셈이다. 지난해 말 KDI와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나란히 2.3%로 전망했었다.
KDI는 내년 성장률은 3.5%로 전망했다. 경기회복이 제한된 수준에 그칠 거라는 관측이다. 지난 5월 전망치는 3.9%였다.
다만 KDI는 이번 수정 전망치를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하위 시나리오'보다는 좋게 봤다. KDI는 지난 5월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더디게 회복하는 하위 시나리오에서 올해 -1.6%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측했다.
-
설비투자는 코로나19 충격에도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과 지난해 기저효과로 올해 4.2%, 내년 4.8%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거로 분석했다. 건설투자는 토목부문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위주로 개선돼 1.1% 증가한 뒤 내년에 건축부문도 회복세를 보일 거로 예상했다.
수출은 주요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하반기부터 상품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거로 내다봤다. 올해 4.2% 감소한 뒤 내년 3.4% 증가할 거로 예측했다. 수입은 올해 4.2% 줄어든 후 내년 3.7% 증가로 돌아설 거라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570억 달러 흑자에 그친 뒤 내년에도 소폭 오른 580억 달러 흑자에 머물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는 경기 위축으로 수요 압력이 낮은 가운데 국제유가도 대폭 내리면서 올해 0.5%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엔 0.7% 상승을 예상했다.
'경기 온도계'로 불리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기대인플레이션 하락과 수요압력 감소로 지난해(0.7%)보다 낮은 0.4%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0.7% 상승에 그칠 거라는 판단이다. 디플레이션(수요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15만명이 줄고 내년에 경기 부진이 완화되면서 15만명이 늘 것으로 전망됐다. 실업률은 올해 4.0%, 내년 4.1%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3.8%)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KDI는 "이번 경제전망은 하반기부터 부진이 서서히 완화된다는 전제 아래 예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최근 세계 경제가 올해 -4.9% 역성장한 후 내년에 기저효과에도 5.4% 성장하는 데 그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KDI는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 범위와 기간에 따라 성장경로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치료제나 백신이 조기에 개발돼 광범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내년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되면 경기 하락 폭이 더 커지고 회복도 더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에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