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가입 무산됐지만… 노조 강경자세 유지닛산 로그 후속 수출물량 배정 기약없어佛 본사 노무리스크에 절레절레
  •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추투(秋鬪)’의 그림자가 드리운 르노삼성자동차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노동조합(노조)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가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어 수출 물량 확보까지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여자 1907명 중 1158명(60.7%) 찬성에 그쳤다. 이에 민주노총 가입이 불발됐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의 3분의 2(66.7%)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노조 지도부는 그동안 투쟁 강도를 높이기 위해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해왔다. 상급단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종규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 연대 힘은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든든한 뒷배”라고 호소했다.

    그렇다고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진행 중인 올해 임단협 협상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 입장에선 투쟁 동력이 약해질 위기에 국면 전환을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0월 현 노조 지도부 임기 만료가 예정된 것도 장기화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여전히 노사 간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 5차 실무 교섭까지 나섰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과 코로나19(우한폐렴) 위기 극복 및 XM3 성공 성과급 700만원 일시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출 물량 배정이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유럽향(向) XM3 물량 확보가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종료된 이후 르노삼성의 수출은 무려 73.4%나 쪼그라들었다. 지난 1~8월 수출은 1만6511대로 지난해 동기(6만2120대) 대비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잇단 파업으로 몸살을 앓은 노사 갈등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엔 르노 내 2인자인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제조·공급담당 부회장이 부산 공장을 찾아 경고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당시 “본사에선 부산 공장이 또 파업이냐는 말이 나온다”며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노사 갈등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경쟁력이 약화한 가장 큰 원인은 노사 관계 악화”라고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임단협 협상 등을 둘러싼 르노삼성 노사 갈등이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라며 “수출 물량 확보는 부산 공장 생존이 걸린 문제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마다 노사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사이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는 수요 절벽, 판매 감소 등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차 판매는 7000만~7200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9938만대)와 비교하면 최대 20.8%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