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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기관들의 헷지(위험회피) 수단으로 이용되던 해외 선물옵션상품에 개인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해외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기회로 초고위험 해외선물 거래에 개인투자자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12월 말까지 해외선물 신규 및 3월 31일 이후 미거래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나스닥 선물 수수료 할인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적용되는 할인 수수료는 마이크로 나스닥100·마이크로 S&P500·마이크로 다우 $5의 경우 계약당 0.5달러, E-미니 나스닥100·E-미니 S&P500·E-미니 다우$5의 경우 계약당 2.5달러가 적용된다.
키움증권은 해외선물옵션 계좌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05만원을 주는 '해외선물옵션 거래 이벤트'를 오는 2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계좌 보유 고객은 해외선물옵션 수수료를 계약당 2.5달러로 할인받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오는 11월30일까지 진행한다. 해외선물 최초 신규 고객과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1.99달러 수준의 인하된 수수료 혜택을 6개월간 제공한다.미래에셋대우는 다이렉트 해외선물옵션 계좌를 최초로 개설한 고객에게 내년 6월 말까지 마이크로 상품에 대한 온라인 거래수수료를 계약당 0.5달러로 할인 적용한다. 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이벤트 참여 신청 후 첫 거래 시 추첨을 통해 최대 900달러까지 리워드를 지급한다.
DB금융투자는 오는 10월 2일까지 '해외선물 금 선물거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매주 1명에게 추첨으로 골드바 1돈, 이벤트 기간 중 최다 거래고객에게 골드바 3돈을 현물 지급한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일정부분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고객유치에 뛰어든 까닭은 최근들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선물옵션 거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개인투자자의 해외선물옵션 'E-미니 나스닥 100' 거래액은 1조1785억달러, 거래량은 661만2256건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거래대금은 지난 한해(8154억달러)보다 1.5배가량 많고, 거래량(560만284)도 훌쩍 뛰어넘었다.
선물·옵션 거래는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레버리지 규모와 시세차익이 크기 때문에 일반 주식 투자보다 투기적 성격이 강한 편이다. 선물은 계약당 금액이 큰 탓에 거래대금이 높고 개인의 경우 단타 위주로 선물 거래를 하다보니 이에 따른 수수료도 상당하다.
증권사들은 커지는 해외 주식투자 열기를 기회삼아 앞다퉈 쏟아내는 마케팅 경쟁은 자칫 개인투자자들의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투자)는 우려할 수준이다. 지난 23일 기준 17조3660억원으로 한 달 새 1조5000억원 가까이 늘었다.그 가운데 미 증시는 3주 연속 급등락을 거듭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와 코스닥도 급락하며 지난 24일 기준 각각 2270대로, 800대로 주저앉았다.
정부 역시 우려감 속에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제22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최근 개인투자자 빚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세계경제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미 대선과 미·중 관계 등 대외 불안요인 등을 계기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관심도가 해외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면서 "해외 선물옵션 거래에 대한 마케팅 경쟁 이전에 상품 및 거래위험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