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의견 청취 취지 무색"보류해 달라"… 손경식 경총 회장 총대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한화 사장단 참석
  •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등이 6일 서울 마포 경총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권창회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등이 6일 서울 마포 경총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권창회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6대 그룹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만나 기업생존을 가로막는 규제3법을 보류해달라고 읍소했지만 돌아온 답은 '불가'였다.

    재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던 이 대표는 "시행시기와 방향성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강행의사를 더 확실히 했다.

    6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 경총회관에서 열린 이낙연 대표와 재계의 만남은 큰 관심을 모았다.

    손경식 경총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단인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6대그룹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좀체 만나기 어려운 집권여당 대표에게 진솔한 재계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성의였다.

    손 회장은 “생산과 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경제지표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고용시장마저 얼어붙어 우리 경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기업은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경제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선 기업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국회가 기업경영과 신규투자에 제약을 가하고 부담을 늘리는 법안을 준비 중이어서 경제계가 걱정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장악3법에 관한 보류를 요청했다. 개정안들이 기업경영권 행사와 성장전략 추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는 우려였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이 이뤄지면 투기목적의 해외펀드나 경쟁기업이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사회 구성에도 외부인사가 참여해 경영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염려를 쏟아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인 사익편취규제 대상 기업범위의 확대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경제계는 정상적인 계열사간 내부거래마저 사익편취로 판단한다면 치열한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응할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의 무분별한 사법수사가 시작돼 기업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그룹감독법과 관련 그룹사에 속한 금융기업을 구분·분리해 관리한다면 이중규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손 회장과 6대그룹 사장단의 목소리는 경제계 전체를 대변하는 목소리였다. IMF 외환위기 보다 2008년 금융위기 보다 현재 상황이 더욱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간섭 및 개입 없는 시장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간청이었다.

    재계의 우려를 들은 이낙연 대표는 무거운 표정이었지만 이전과 달라진 코멘트는 없었다.

    경제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음은 공감하지만 기업장악 3법의 시행과 방향성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여당은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경영계와 3법에 관해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할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며 “주기적으로 보완할 내용이 있으면 찾을 계획이지만 시기를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말해 경제계의 실낱기대를 차단했다.

    재계에 대한 이해가 밝은 김진표· 양향자 의원 등이 동석했지만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경총은 기업장악 3법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지속전달하겠다는 방침으로  조만간 야당과도 비슷한 간담회를 마련해 경제계의 호소를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