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오른 반도체 사업에도 또 한번 채찍질...'신경영 선언'으로 이어져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 100년 기술 쌓기에 주력...끊임없는 도전정신 장려글로벌 삼성 이룩한 이건희 회장의 냉철한 자아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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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난 2005년 구미를 방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삼성전자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87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 삼성을 일구는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늘 깨어있는 생각과 강력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이는 훗날 삼성이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인 동시에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삼성의 문화가 자리잡히는데 근본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된다.이 회장은 취임 직후 "1990년대 내에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선언과 함께 파격적인 경영 행보로 미래 100년의 삼성을 위한 돌탑을 차근차근 쌓았다.취임한 해 10조 원을 채 넘지 못했던 삼성그룹의 매출은 30년이 지난 지난 2018년 현재 기준 386조 원을 넘겨 무려 39배 늘었고 1조 원 규모였던 시가총액은 396조 원을 기록하며 396배 성장하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웠다.과거 불모지였던 한국 반도체·IT 산업은 이건희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일류로 자리잡았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점유율로 시장의 독보적인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지 오래고 '애니콜 신화'로부터 이어진 스마트폰 사업은 글로벌 넘버원 자리를 지켜온지 이미 수년째다.이처럼 삼성의 끝도 없는 도전과 또 그에 따른 성공의 결실에는 이건희 회장이 끊임없는 위기의식이 밑바탕이 됐다. 이 회장은 삼성의 사업을 키워오는 가운데 맛본 크고 작은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삼성과 한국 경제의 미래 100년을 대비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력을 손에 넣을 때까지 만족하지 않았다.이 같은 이 회장의 신념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반도체'다. 과거 삼성이 파산 직전에 있는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시장에 첫 발을 내딛으려고 할 때만해도 주변에는 온통 이를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전망만 쏟아냈지만 이 회장은 과감한 결단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그의 뚝심과 끈기로 미국이나 일본 등 기술 선진국을 뛰어넘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생산을 늘리면서 삼성 반도체는 시장 1위로 우뚝 섰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1992년 삼성이 세계 최초로 64M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서는 기쁨의 순간에도 단 한 사람, 이건희 회장만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며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이 회장이 감지한 위기는 곧 닥쳐왔다. 품질보다 생산량 늘리기에 급급했던 생산라인에서 불량이 난 세탁기 뚜껑을 손으로 깎아서 조립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이를 계기로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유명한 '신경영 선언'을 하기에 이르며 새로운 삼성을 위한 또 한번의 대장정에 나섰다.이 회장은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에서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된다"며 "지금처럼 잘 해봐야 1.5류다"라고 자만에 빠진 삼성을 스스로 일깨웠다.이건희 회장의 질책으로 내부 자만을 경계하고 장래 위기에 대비하는 '비상경영'체계도 이때부터 시작됐다.덕분에 삼성은 1997년 대한민국에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해쳐나올 수 있었다.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삼성은 당시 위기를 최소화하고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으로 2000년대 이후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 신경영 선언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이건희 회장은 이후에도 투철한 위기의식으로 해마다 삼성 임직원들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직접 채찍을 들었다.신경영 1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03년 6월에는 기념사를 통해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고 표현하기도 했고 2006년 신년사에서는 "과거의 성공에 도취하고 현재의 편안함에만 안주한다면 정상의 자리는 남의 몫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2010년 경영에 복귀한 이후에도 이건희 부회장의 위기의식은 삼성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에 나선 자리에서 "지금이 진짜 위기"라고 꼬집으며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고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말하며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므로 다시 시작해야 된다"고 다시금 도전을 강조했다.이건희 회장이 심어놓은 위기의식은 여전히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를 굳건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위기의식을 기반으로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