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준비 나서는 기아차… 정의선 회장 정조준한국지엠, 잔업 및 특근 거부… 르노삼성, 협상 중단정만기 車협회장 "양보와 결단 필요… 시장 회복 반드시 잡아야"
  • ▲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 ⓒ기아차
    ▲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 ⓒ기아차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아차 노동조합(노조)이 파업 준비에 나섰고, 한국지엠에선 잔업과 특근 거부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힘겨운 사투 속에 노조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다. 반복되는 노사 갈등으로 도리어 일자리 위기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지난 26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다음달 3일에는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찬반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차 노사는 추석 연휴 이후 협상을 재개하고 지난 22일 9차 본교섭까지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을 월 12만304원 인상하고,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2조96억원)의 30%를 성과급 형태로 달라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우한폐렴) 위기와 대내외 경영 여건을 감안해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임단협이 진행돼왔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노조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아차 이사회는 물러나야 한다”며 1조2600억원의 품질 비용이 발생한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르노삼성
    맏형 현대차와 쌍용차를 제외한 임단협 협상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노사 대치 국면은 장기화할 공산이 커졌다.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은 노사 모두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일찌감치 파업권을 확보해 둔 한국지엠 노조는 파업 시기를 저울질하며 지난 23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생산 차질 규모는 1700대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 측은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손실 6만대에 이은 추가 차질로 우려가 매우 크다”면서 “빠른 시일 내 임단협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르노삼성 노조 다음달 집행부 선거까지 임단협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현 집행부 임기가 곧 끝나 협상 동력을 잃었다. 장기화가 불가피한 이유다. 또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강성 기조의 새 집행부가 구성될 경우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을 월 7만1687원 인상하고 코로나19 극복 명목의 700만원 이상 일시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부산공장은 당장 다음달 야간근무를 없애고 1교대로 근무 형태를 전환한다.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조정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1~9월 국내외 시장에서 9만1544대를 팔았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12만9913대) 대비 29.5% 줄어든 규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기 극복에 힘을 합쳐야 할 노조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며 “심각한 단계라는 경각심을 갖고 회사가 살아야 일자리를 지킨다는 인식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협회장은 “산업 생태계 차원의 평화 확보와 위기 극복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미국 시장 등에서 나타나는 회복 조짐을 전화위복 기회로 삼기 위한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라는 거센 외풍을 맞아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는 700여 명이, 프랑스 르노의 경우 1만5000여 명이 각각 일자리를 잃었다. 독일 다임러는 2025년까지 1만 명 추가 감축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