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조 넘어국방비 증가에도 울상… 생산가능물량 ‘한계’"제도 개선 필요"
  • ▲ 현대로템의 K2전차. ⓒ현대로템
    ▲ 현대로템의 K2전차. ⓒ현대로템
    2021년 국방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52조9000억원이 배정됐다. 올해 50조원을 넘겼던 해당 예산은 1년새 5.6% 늘었다.

    국방예산이 증가하면 일반적으로 방산업계의 내수물량 확보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감이라는 ‘장미’에 있는 지체상금이라는 ‘가시’에 쉽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체상금이란 계약 당사자가 납기일을 지키지 못했을 때 내는 벌금이다. 발주처인 정부(방위사업청)가 판단할 때 납품이 늦어지는 경우 손해배상 성격으로 징수하는 금액이다.

    정부가 2017년 지체상금을 계약금액의 0.15%에서 0.075%(1일당)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지만, 현재 내야하는 벌금은 법 개정 이전에 체결한 프로젝트에서 발생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2011~2020년 방사청은 방산업체에 총 65건(1조1458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2010년대 들어 국방비가 늘어나 일감이 많아지면서 방산업체가 납기일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데서 발생한 벌금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총 290조5000억원을 국방예산에 쏟는다고 밝혔다. 평균 58조1000억원 규모다. 방산업계의 생산가능물량이 한계가 온 상황에서 지체상금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현대로템은 2016년 K2전차 2차양산에서 발생한 납품지연으로 1000억원 단위의 지체상금을 물어야할 처지다. 납기일이 2016년에서 2019년으로 미뤄지면서 나타난 645일에 대해 방사청이 배상책임을 물었다.

    양사가 합의한 지체상금은 1100억원이다. 2017년부터 재무구조가 악화돼 적자상태에 빠진 현대로템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현대로템 측은 방사청과 다시 협의해 지체상금을 줄여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지체상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줄일 수 있다. 현대로템은 납품 받은 변속기·엔진 결함으로 납품이 늦어진 것이라며, 협력사에서 나타난 문제를 최종 조립업체가 모두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내수물량이 증가추세에 있는 만큼 지체상금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우리나라에 무기를 들여와 판매하는 외국업체의 경우 아무리 납품이 지연돼도 사업비의 10%만 지체상금으로 내면 된다. 국내법 적용이 어려워서다. 반면 국내 업체에는 정해진 비율에 따라 늦어진 날짜에 따라 벌금을 내야해 형평성이 맞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쩔 수 없이 공장가동이 중단돼 납기일이 늦어져도 지체상금을 내야할 판”이라며 “정부가 방산업체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해하고 지체상금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허용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