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용‧자산매각' 상임회의서 결정은 회계규칙 위반지노위, 전 노조 부정행위 다수 인정…징계양정은 과다 국내 노조, 회계보고‧감사위원 규정 미흡…의무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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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제일은행의 직전 노동조합 집행부에서 발생한 회계부정이 뒤늦게 드러난것으로 취재결과 밝혀졌다.

    현 노조가 인수인계 과정에서 전 노조위원장과 집행부의 회계부정 의혹을 조사‧적발해 내부 규약 위반으로 해당 간부들에게 징계처분을 내렸지만 징계대상자들은 이에 불복해 고용노동청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전‧현직 노조 간 공방이 벌어진 상황이다.

    29일 노동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22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SC제일은행 전 노조 일부 간부가 낸 ‘노조 결의처분 시정명령 의결 요청’에 대해 전임 노조의 회계부정행위를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다만 상벌 규칙에 따른 징계양정(노조 권리정지 15년)이 과도하다고 의결했다.

    전 노조의 회계부정은 크게 5가지로 ▲회계규칙과 선거규정 개정 행위 ▲일반회계 전용 행위 ▲사랑 나누기 통장의 임의 사용 행위 ▲고정자산 매각행위 ▲특별회계 전입금 미상환 행위 등이다.

    지노위는 노조 규정에 따라 예산항목 전용에 관한 사항은 노조 전원회의의 심의결정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전 노조가 일부 위원들만 참여하는 상임회의에서 심의 결정한 사실이 지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승합차 등 노조의 고정자산 매각도 지부 대의원회가 아닌 상임회의와 전원회의에서 의결해 처분한 것은 회계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또 특별회계자금을 사용한 경우 당해 연도 일반회계 예산에서 상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전 노조가 인건비를 이유로 특별회계자금을 사용하고도 상환하지 않았다는 점도 회계규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지노위는 사랑나누기 통장 기금을 지부 규정에 따라 전원회의 의결로 처리해야 하지만 전원회의 의결은 물론 증빙자료와 사용처의 특정없이 인출 후 임의소비해 지부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다. 사랑나누기 통장은 노조 대의원대회 개최시 금융노조 소속 타 노조에서 보내준 찬조금을 받던 통장이다.

    김동수 SC제일은행 현 노조위원장은 “전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지부규정을 위반해 회계규정을 변경했으며, 유흥주점에서 사용한 다수의 영수증이 조합비로 지출되는 등 회계운영을 방만하게 했다”며 “사랑나누기 통장에 모인 기금 수천만원도 아무런 증빙 없이 현금으로 인출해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 노조관계자들은 노조 관례에 따랐을 뿐 회계부정이나 지부 규정 위반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노위는 이 사안들에 대해 모두 노조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노조 회계감사를 외부가 아닌 전 노조 임원의 지인에게 맡긴 점도 감사의 투명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전 노조의 회계감사위원은 전 노조위원장의 고등학교 후배와 전 부위원장의 입행 동기가 맡아 독립적인 감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회계부정이 은폐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 노조측 관계자는 “회계감사는 노조 규약에 의해 대의원대회에서 전체 대의원의 공정한 투표로 4명의 후보 중 최다 득표자 2명이 선출돼 정당한 업무를 수행했다”며 “사랑 나누기 통장 기금은 수천만원이 아니며 조합비로 운영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역대 노조집행부가 그래왔듯이 관례적으로 회계감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랑 나누기 통장 기금은 연세의료원 소아암 돕기와 여성의  쉼터등 여러 기부 행사에  사용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가 생긴 이후 SC제일은행 노조는 투명한 회계운영을 위해 외부회계감사를 반기에 한 번씩 받고, 조합원에게 이를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노조의 회계부정은 금융권뿐만 아니라 수만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대기업을 비롯해 공기업 노조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회계보고와 감사위원 선정 등에 대한 명확한 의무규정이 없어 비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노조의 역할과 권한이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에 걸맞는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노조의 회계 투명성 수준이 낮아 비리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등 노조는 ‘요령껏 해 먹는 자리’라는 오명을 받고있다”며 “국내 노조는 회계기준과 공개기준, 회계감사의 자격과 선출, 감사위원회 구성, 감사결과 보고서 등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노조 회계감사를 6개월에 1회 이상 실시하고 이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 공개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명시돼 있다.

    관계자는 “영국과 미국처럼 노조의 회계보고나 감사위원 선정 등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엄격한 노조 규약을 만들어 노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