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잔액 감소세 가속화에도 … 예금금리 못 올리는 저축銀건전성 관리에 총력 … "수신 늘려도 수익성 올릴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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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를 목전에 두면서 시중은행 금리와의 차이가 좁혀졌다. 자칫 1금융권에 '고객 자금 쏠림' 현상이 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저축은행업권은 요지부동이다. 업권이 수신 경쟁력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시중은행과 별 차이 없는 저축은행 예금금리 … 2%대 코앞

    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이날 기준 3.02%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초의 경우 3.19%, 이달 초엔 3.05%였던 것을 고려하면 저축은행의 금리 하락세는 가파르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이날 기준 가장 높은 금리는 3.40%였다. 이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대아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과 청주저축은행의 펫팸정기예금뿐이었다. 가장 낮은 상품은 조은저축은행의 정기예금으로 연 2.00% 수준이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개월 만기 예금 평균금리는 연 2.63%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은 통상 시중은행보다 약 1.0%p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해 자금을 유치했지만,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수신잔액도 감소세 … 저축은행 업권 "자금 유치 필요성 떨어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02조2204억원이었다. 10월(103조5989억원)까지만 해도 증가세로 나타났던 잔액은 11월 들어 103조3648억원으로 감소세로 전환하더니 12월까지 한 달 사이 1조1445억원 줄었다.

    저축은행의 수신 이탈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올해 들어 업계가 예금금리를 올리는 대신 인하하는 것은 자금 유치에 대한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 하락의 주된 이유로 정부의 금리 인하 정책이 지목되지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저축은행이 기준금리 또는 시중은행의 금리 영향을 덜 받았던 점을 감안할 때, 현재 금리인하가 업계 금리 하락의 중요한 요인일 순 있어도 모든 원인은 아니다"라며 "시중은행에 비해 고객 충성도가 낮고 고객 유치에 대한 어려움이 가중돼도 수신에 대한 숨고르기를 하는 것은 결국 자금 조달에 대한 유인이 떨어진 업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이 예금 금리를 올리면 결국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여파로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수신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이 공격적으로 예금을 유치하면 그만큼 대출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어려운 업황 속에서는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BIS 비율이 악화할 수 있다.

    당국도 저축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BIS 비율을 엄격히 관리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주 내에는 일부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를 앞두고 있어 업계가 일제히 금리 인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몸을 낮추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PF 여파에 … 수신 늘려도 자금 운용할 마땅한 투자처 없다"

    수신을 늘려도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도 어려워졌다.

    남재현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금 금리를 낮추면 수신이 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인하 추세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자금을 제대로 굴리고 수익성을 올릴 만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향후 예금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전환할 수 있겠지만, 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는 수신을 늘려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을 늘릴 유인은 부족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