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실적 4개월 연속 1위에도 수주잔량은 바닥내년 이후에나 일감 풀릴 듯
  • ▲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부유식 복합 에너지 공급 설비인 FSPP의 조감도ⓒ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부유식 복합 에너지 공급 설비인 FSPP의 조감도ⓒ대우조선해양
    한국 조선업계가 선박 수주 실적 4개월 연속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 여파가 이어지면서 현장은 일감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4분기 최악의 보릿고개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글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10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04만CGT(30척) 가운데 72만CGT(13척)을 가져와 4개월 연속 1위를 지켰다. 중국이 25만CGT(11척)으로 2위, 핀란드가 3만CGT(1척)으로 3위로 나타났다.

    실적 호조에도 국내 기업의 표정을 밝지 않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뒤 선박 발주가 급감한 상반기 수주실적이 워낙 부진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큰손인 중국이 코로나19 초반 자국 물량을 쓸어간 탓도 크다.

    가장 실적이 좋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연간 수주 목표치의 55%를 달성했고 한국조선해양은 49%, 삼성중공업은 12%에 그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수주가 부진하고 수주잔량이 감소하고 있어 일감부족으로 인한 위기상황"이라고 했다.

    수주잔량 역시 지난달 1842만CGT로 연초보다 21.1% 감소했다. 3분기에만 6% 감소했다. 2003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통상 발주에서 인도까지 3년이 걸리는 대형 선박 특성상 업계 분위기는 수주잔량에 민감하다. 수주실적이 곧바로 일감으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 ▲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의 시운전 모습ⓒ한국조선해양
    ▲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의 시운전 모습ⓒ한국조선해양
    일감부족은 현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3분기 수주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장에 일감이 풀리려면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 수주실적 부진은 내년 하반기 이후 국내 조선사의 일감부족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가 생길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점이다. 업계는 내년 글로벌 발주량이 올해의 2배가 넘는 3000만CGT, 710억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내 3사가 경쟁력을 갖춘 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리서치는 내년까지 최소 100척의 LNG운반선이 발주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발주량이 늘어난다고 반등판단을 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처럼 자국 물량을 선점하는 변수도 있는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예상했던 것만큼 발주량이 늘지 않을 수도 있다. 올해 업계 최대 프로젝트인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페르롤리엄과의 계약에서도 노후 선박 교체 등 기대했던 수요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감부족에 따른 일자리 위기는  대형 조선기업의 협력업체에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며 "정부와 대기업의 협력업체 직원 현장 이탈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