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알짜 수익 '카드론' 부각…비용 축소도 한몫수수료·최고금리 인하, 대출 상환 유예 종료 '악재'자동차금융 경쟁 보완할 캐피탈 신규사업 확대해야여신전문금융업 부실 위험 가중…리스크 관리 필수
  •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예상 밖으로 선방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자산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전년보다 11.7% 성장했다. 양호한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까지 받쳐준 결과다.

    하지만 마진 축소와 수수료 인하의 부정적 효과는 물론 대출 규제, 상환 유예 조치 종료 후 부실 위험, 최고금리 인하 등 악재가 예고돼 있어 업무 영역 확대에 따른 수익원 다변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카드사, 수익성 방어… 카드론 증가·마케팅 비용 감소 덕분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에도 올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11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 증가했다.

    이 기간 가맹점 수수료수익이 -945억원 감소한 반면 카드론수익이 1243억원 급증했다. 경기 악화로 급전이 필요해진 자영업자나 중·저신용자들이 대거 카드론으로 몰린 것이다. 카드론 이용금액은 상반기 10.5% 늘었다.

    해외여행 등 소비활동 위축으로 카드사업 관련 마케팅 비용이 절감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해외결제 시 발생하는 국제 카드브랜드 이용료 등 업무제휴수수료가 1년 전보다 -1319억원 줄었다. 연체율 하락에 따른 대손비용도 -1050억원 감소했다.

    카드결제시장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오프라인 결제가 급감한 반면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비대면 결제 비중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온라인 결제 비중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불과했다. 3분기 전체 카드승인금액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22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효과도 반영됐다. 지난 5월 지급된 지원금 14조원 중 70%가량이 신용·체크카드 충전방식으로 제공된 점도 카드사 수익성에 도움이 됐다. 

    수익성이 확대된 것은 물론 건전성 역시 양호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상반기 카드사 연체율은 1.38%로 전년 대비 0.23%포인트 개선됐다.

    ◆가맹점 수수료에 최고금리까지 인하… 내년 악재 줄줄이 

    올해 카드사가 코로나19 반사익으로 호조세를 보였으나 내년 여신전문금융업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영세 신용카드 가맹점의 1만원 이하 소액카드결제 수수료를 면제하자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까지 야당에서 발의된 상태다.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를 3년마다 조정하게 되면서 내년부터 관련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수수료가 조정될 다음 시기는 오는 2022년이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등 기존 수익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카드론과 마케팅 부문의 일회성 요인 감소로 총수익을 올린 카드사들이 내년 실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금리에 의한 마진 축소, 수수료 인하 등 고유업무 기반에서의 수익성 개선 요인이 부족한 점,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종료 후 잠재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점도 내년 막대한 리스크 요소로 꼽힌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대출 유예 조치 종료 후 한계 차주 및 기업이 늘어나고 취약계층 중심으로 대출 연체와 대손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올해보다 내년 성장성과 수익성은 제한되고 건전성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규제환경 변화에 따른 비금융업권과의 경쟁 심화도 카드업계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각종 페이 업체가 오프라인 결제시장 진출을 꾀하면서 내년 카드 먹거리를 빼앗길 상황에 부닥쳤다. 

    다만, 내년 신사업으로 주목되는 마이데이터 사업 등 업무 영역 확대로 인한 대체 수익원 발굴과 신사업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카드사들은 고비용 저효율 마케팅을 줄이고 수익성 중심으로 할부금융, 리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 영업전략 강화의 일환으로 특정 기업 브랜드에 특화된 혜택을 주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PLCC의 선두주자인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우리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는 물론 최근 국민카드까지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수익 증대뿐만 아니라 현재 활발히 추진 중인 마이데이터 사업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 원장은 "내년 여신금융업은 코로나19 부실 증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강화, 전통적 영업기반에서의 수익 악화 가능성에 대비한 새 전략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비대면 채널 확대 및 디지털화에 따른 영업 방식 변화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 ◆캐피탈 자산 성장세… 자동차금융 편중 수익 구조 '발목'

    카드 외에 기타 여신전문금융회사 역시 이자수익 증가와 대손비용 급감으로 수익성을 방어했다.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22.2% 증가한 1조3300억원이었다.

    특히 캐피탈사의 경우 최근 5년간 10% 내외의 꾸준한 자산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금융 중심으로 리스·할부금융의 고유업무를 영위하며 자산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는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기업대출 등 대출채권 비중도 확대됐다. 2분기 캐피탈의 기업대출 규모는 4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 늘었다. 

    캐피탈사의 안정적인 자산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금융 위주로 편중된 수익 구조가 향후 성장 여력을 제약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타 금융업권의 자동차금융 진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자동차산업 내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력 사업 부문의 채산성 저하도 우려된다.

    실제 캐피탈사의 할부금융 자산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약 95.4%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연속으로 자동차금융 비중이 90%를 웃돌았다.

    내년에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주요 차주인 중소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면 캐피탈사의 기업대출 대손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경기 회복이 지연될수록 여전채 조달 및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부문의 사업성 약화도 우려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및 중·저신용 차주로 구성된 자영업자의 부실화 위험이 증대되면서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신규취급이 제한적인 실정이다. 

    디지털금융 확산으로 비대면 채널을 통한 고객 접근성에 있어 은행 및 카드사 대비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는 점도 캐피탈사의 잠재 위험 요소다. 

    이에 캐피탈사는 주력 사업 부문인 자동차금융에 은행·카드사와 같은 타 업권의 진입 가속화로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핵심 사업의 성장세 정체를 보완할 신규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렌탈업 취급 규제 완화에 따른 사업 영역을 넓히거나 뉴딜 사업 등 정부 주도형 산업 관련 금융 및 신기술 사업의 수요 확대를 통한 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