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래 최대 규모… 대중교통 기피에 코로나 비껴가사업자 매입·매도 나란히 늘어 '예상 밖 선전'성장에도 '레몬마켓' 오명 벗지 못해, 대기업 진출은 답보
  • ▲ 나란히 주차된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뉴데일리DB
    ▲ 나란히 주차된 자동차,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뉴데일리DB
    지난해 중고 자동차 업계가 코로나 타격에서 비껴나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면서 내 차를 사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 여파로 생계가 걸린 포터와 봉고 거래도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조사기관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사업자 간 거래는 250만4487대로 집계됐다. 2019년(232만7348대)보다 7.6% 증가했다. 대당 1000만원으로 잡아도 25조원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거래 규모 기준으로는 최근 5년간 최대 규모다. 중고차 사업자 간 거래는 2016년 233만9674대, 2017년 227만9963대, 2018년 234만6857대 등 몇 년간 지루하게 정체된 흐름을 보여 왔다.

    중고차 사업자 간 거래엔 매입, 매도, 상사이전, 알선 등이 있다. 지난해 기준 소비자에게 되판 매도는 110만7241대로 2019년(104만5240대) 대비 5.9% 늘었다. 다시 말해 장사가 잘됐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중고차를 사들이는 매입은 9.3% 뛴 117만8781대를 기록했다. 사업자가 매입부터 성능평가, 상품화 과정을 거쳐 시장에 공급하는 물량이 더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137만5811대에 달하는 개인 간 거래까지 더하면 중고차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특성상 중고차는 개인 간 거래가 더 많고,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가 섞여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은 ‘예상 밖 선전’이라는 분위기”라며 “코로나로 인한 자차 선호 현상과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로 신차 판매가 늘면서 교체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불황일수록 잘 팔리는 포터, 봉고 등 트럭과 경차도 인기를 끌었다. 사업자 간 거래 기준 지난해 판매 상위엔 현대차 포터 2(12만1159대), 기아차 모닝(7만5209대),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6만8539대), 기아차 봉고 3(6만1680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찾는 소비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포터 2는 개인 간 거래 등을 합해 총 19만8323대 거래됐다. 이삿짐 운반이나 택배 등 생계형 자영업자가 주로 구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 불신은 더 크다. 매년 1만 건 이상의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며 여전히 ‘레몬마켓’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양적 성장에 맞춰 질(質) 중심의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직장인 성모씨(36)는 “소비자는 침수된 차를 속여 파는 등 불법과 사기에 지금도 노출돼 있다”면서 “책임과 규제를 벗어나 이제 개방으로 경쟁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 업종을 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에 대한 정부 결정은 수개월째 답보 상태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는 적정 가치를 형성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시장 진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생태계 붕괴, 가격 및 판매 대수의 조절, 차값 상승이 가능한 기형적 독과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 등이 제시한 주행 기간 6년, 주행 거리 12만㎞ 이내 중고차를 취급한다는 일종의 상생안은 또다른 갈등과 분쟁의 도화선이 되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입 여부에 관한 결정을 미루면서 끝내 해를 넘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