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보호무역주의 확산선진국 중심 수입규제 증가… 수출·투자비중 높은 한국 비상등美, 베트남 비시장경제 간주, 일본·유럽 보다 높은 관세 우려
  • 중국을 대체할 전진 생산기지로 떠오른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높은 노동생산성과 낮은 관세장벽이란 장점에 아세안 국가 진출을 선호했던 한국, 일본 등 제조업 국가에게는 위기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이 1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이후 생산기지 및 소비시장으로 부각되는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선진국의 신규 무역구제조치 조사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83건에 달했다. 직전해인 2019년 53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다 조사다.

    무역구제조치는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아세안 국가들의 보호무역정책으로 지난해 인도가 가장 많은 24건의 조사를 개시했다. 이어 미국 17건, 호주 8건, 캐나다 5건 순이었다. 반대로 베트남은 21건의 조사를 받아 가장 많은 조사 대상국에 올랐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베트남에 대해 타이어 상계관세 조사를 시작해 화폐(동)이 4.7% 평가절하 됐다는 예비판정을 내렸고, 인도는 말레이시아산 알루미늄 와이어에 대해 상계관세 조사를 개시했다.
  • 선진국들의 신규 조사가 늘어난 데에는 아세안 국가들의 보호무역조치가 날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구제조치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태국으로 43건에 달하며 인도네시아 41건, 말레이시아 22건 순이었다.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수출비중 10%에 달하는 베트남도 14건의 무역구제조치를 시행 중이다. 조사유형별로 보면 반덤핑, 세이프가드 순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베트남이 태국을 대상으로 사탕수수 상계관세 조사를 개시하기도 했다.

    단순히 조사 건수만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국가별로 무역구제제도를 다각적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과 베트남은 각각 2020년, 2018년에 우회조사를 신설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도 2017년부터 관련 규정을 정비해 무역구제제도를 도입했고 미얀마의 경우 무역구제조항을 포함한 수입보호법이 오는 7월부터 발효된다.

    때문에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사업계획 및 원재료·부품 조달 계획을 수립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최대 투자지이자 수출 3위국인 베트남의 경우 미국이 비시장경제로 간주하고 있어 시장경제국 보다 더 높은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이 강도 높은 수입규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조사대상에 오를 리스크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화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이 아세안 시장을 잠재력 높은 소비지이자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세안 대내외 무역구제 현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