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는 회사 몫"… 사회적 합의기구 못박아지원 인력·자동화 시설 투자 등 비용 수천억택배기사들 주당 근로 70시간→30시간 급감
  • ▲ 택배 과로사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과로사위원회 ⓒ 연합뉴스
    ▲ 택배 과로사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과로사위원회 ⓒ 연합뉴스
    택배노사가 ‘분류’ 관련 논쟁에 합의했다. 정부가 중재한 노사 합의문에는 “분류 업무는 사업자 책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택배사는 분류 지원 인력 비용을 모두 부담하며, 수급이 당장 힘든 경우 분류 수수료를 배송기사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했다.

    22일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기구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1차 합의를 마쳤다. 업계, 정부, 택배노조가 참여하는 합의기구는 5차례의 회의를 거쳤다. 최종 합의는 지난 21일 이뤄졌으며 이로 인해 5500여 명의 택배노조가 총파업을 철회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분류’ 였다. 합의문에도 분류와 관련한 내용이 주로 담겼다. 합의문은 분류 업무를 사업자 책임이라고 규정한다. 업계는 분류 지원 인력을 투입하며(CJ대한통운 총 4000명, 롯데·한진 각 1000명), 관련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인력 수급이 어려운 경우 ‘분류수수료’를 배송기사에게 따로 지급한다. 합의기구는 다음 달 후속 회의를 통해 세부 내용을 결정한다. 수수료 산정 기준 등 비용관련 논의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비용 부담은 택배비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 4000여 명의 인건비로 연간 500억원을 추가 지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각 1000명을 투입하기로 한 한진과 롯데택배도 연간 100억원 대의 비용이 예상된다.

    수천억 대 시설 투자도 동반돼야한다. 각 업체는 지역 단위 터미널에서 사용할 택배 자동분류기도 함께 설치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대다수 시설에 기기 설치를 마쳤지만, 한진과 롯데는 추가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 비용은 약 1000억~2000억원 대로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인 택배사들로선 택배비를 올리지 않고선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100원 단위라도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단가 인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상위 택배사가 일제히 운임을 조정하는 경우 공정위 담합 우려가 있어 당장은 어렵다.

    합의 자체가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의 내용을 접한 업계는 “이미 짜여진 합의안에 끌려가듯 동의만 했다”는 반응까지 낸다. 분류 책임 규정의 정당성 등 노사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택배노조 등이 주축인 과로사 방지 위원회는 택배기사 주당 평균 근무시간을 71.3시간으로 집계했다. ‘과로’ 기준인 주당 60시간 근무를 한참 초과한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각 배송기사가 하루 7시간의 분류 업무에 시달린다는 상황도 강조했다.
  • ▲ 분류 작업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택배노조 ⓒ 연합뉴스
    ▲ 분류 작업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택배노조 ⓒ 연합뉴스
    통상 택배기사는 주 6일 근무한다. 하루 7시간 기준 6일 계산 시 주당 42시간을 분류에 쏟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사 합의대로 분류 업무를 완전 제외할 경우 주당 근무시간은 29.3시간으로 줄어든다.

    상위사 소속 택배기사 수입은 월 500만원 수준이다. 지난 2019년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월 평균수입을 597만원(연 7166만원)으로 집계했다. 집배점 수수료와 운영비 등을 제외한 순수입은 월 449만원(연 5387만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분류 업무 강도, 책임 주체, 별도 수수료 지급의 정당성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많은 과정이 생략된 채 합의가 진행됐다”면서 “사실상 정부와 노측이 마련한 합의안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업무 강도 완화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게 돼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며 “운임 인상과 소비자 설득은 개별 업체 차원에서 진행해야 해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