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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부동산증여 관련 정밀검증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뒷북행정이란 비난이 들끓고 있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지난 28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서 "반칙과 특권으로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서 탈세를 저지르거나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누리면서도 정당한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경우 공정성 관점에서 보다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선포했다.
국세청장이 언급한 '부당이익을 누린 자'에는 다주택자들의 증여건도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증여자가 해당주택을 최초 취득한 시점부터 최종 증여한 때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보고 증여받은 납세자의 경우 자금출처가 어떻게 되는지 추적하기로 했다.
혹여 임대보증금을 끼고 부담부증여를 받은뒤 임대보증금을 부모가 대신 상환하는 건 아닌지 증여전후 全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주택증여가 급증함에 따라 정밀검증 필요성이 커졌다"며 "조만간 증여주택 검증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증여건수는 9만1866건으로 전년보다 42.7%나 늘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2만3675건으로 전년 1만2514건의 약 2배에 달했다.
정부 바람과 달리 다주택자들이 매도 보다 증여를 택하자 증여세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다주택자들의 편법증여가 급증하고 있다"며 조정대상지역 증여세 할증 등이 담긴 '부동산시장 안정화 추가대책 긴급제안문'을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전달했다.
긴급제안문에는 조정대상지역 증여주택에 대한 할증과세제도 도입과 부담부증여의 경우 비과세혜택을 제한하는 소득세법 개정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전문가는 물론 시장도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 성남시 소재 A공인중개사는 "부동산 보유세율을 강화한 지난해 7월에 이미 증여할 다주택자들은 어느정도 재산을 정리한 상태"라며 "양도소득세율은 높고, 증여세도 할증과세하면 시장은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신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증여세를 올리면 증여대신 매도할 것이란 이분법적인 생각이 문제"라며 "매물잠김 현상 등 다른부분에 대한 논의는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다주택자들의 주택매도가 목적이라면 증여세 인상보다 양도세 완화로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