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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양도세 중과로 주택매매에 어려움을 느끼는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어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후퇴로 받아들여지만큼 여권은 하루만에 선 긋기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방송에서 "다주택자가 매물을 출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대책"이라며 "다주택자의 매물 출하 유도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홍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다주택자의 매물 출하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최근 여당 내에서도 6월부터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정책건의서를 통해 양도세 중과 유예나 한시적 감면 등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김병욱 의원도 양도세 중과 시점인 오는 6월 1일 이전까지 매물을 출하하는 다주택자에 한해 양도세의 30~40%를 감면하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10부동산대책'을 통해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부터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양도차익의 최대 71.5%, 3주택자는 82.5%(지방세 포함)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려 주택을 팔도록 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다주택자들의 '패닉 셀링'은 미미했다. 현 세제에서 매도는 집을 정부에 헌납하는 꼴이라며 자녀에게 증여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처럼 당정의 양도세 인하 배경에는 주택 매매거래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있다. 양도세가 지나치게 높다보니 다주택자들의 매물 잠김현상이 나타났고 거래절벽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평년 대비 매우 적은 것도 문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입주 예정 아파트 물량은 27만3649가구로 지난해 36만2815가구보다 25%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양도세를 완화할 경우 정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아직 정책을 펴기도 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은 기존 부동산정책의 후퇴로 비쳐질 수 있어서다.
결국 여당 지도부는 양도세 인하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홍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양도세 얘기를 한 게 아닐 것"이라며 "(인하를)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12일 "앞으로도 양도세 인하는 전혀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도 양도세가 중과되더라도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의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양도세를 완화하더라도 현격한 수준이 아니라면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며 "양도세 감면폭이 적으면 매도물량이 증가하기 어렵고 반대로 감면폭이 클 경우 투기세력의 차익실현을 해주는 꼴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