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단지 늘리자니 수익성 애매…희소가치 저하 우려도"급등한 공사비 못 맞추면 껍데기만 하이엔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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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강변 아파트단지. ⓒ뉴데일리DB
정비사업 조합에서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통해 가치를 올리겠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건설사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주경쟁력 향상과 확장성을 위해 하이엔드브랜드 공급이 필요하지만 공사비 부담이 크고 희소가치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양시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보면 작년 아파트 청약 상위 10개 단지 중 대부분을 대형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가 차지했다.먼저 현대건설이 지난해 10월 분양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37가구 모집에 3만7946명이 몰려 역대 서울 분양단지 중 최고 경쟁률 1026대 1을 기록했다. 롯데건설 '청담르엘'은 6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서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래미안 원펜타스 527대 1 △아크로 리츠카운티 483대 1 △래미안 레벤투스 402대 1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이 240대 1 등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이처럼 하이엔드 브랜드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우수한 입지와 차별화된 상품성 및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똘똘한 한 채'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엔드 브랜드는 특화설계, 조경, 마감 등 고급화로 공사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시공사와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두고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일례로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가 적용되는 동작구 노량진8구역은 2019년 도급계약 체결 당시 2332억8900만원 대비 약 77% 인상하는 것을 두고 DL이앤씨와 조합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공사비인상 여파로 하이엔드 적용 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도 건설사들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면 공사비가 상승해 평당 분양가가 오른다"며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 내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단가가 맞지 않으면 일반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최근엔 노골적으로 시공사 선정 시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 ▲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실제로 DL이앤씨는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4월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조합은 2019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조합장 해임과 새 집행부 구성 등 조합 내부에서도 잡음을 발생했고 결국 2021년 DL이앤씨와 계약을 해지했다.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단지가 늘어나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고려해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성남시 상대원2구역 조합의 경우 2021년 시공사인 DL이앤씨와 'e편한세상'으로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지난해 아크로 적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아크로 브랜드 적용기준 강화 △설계변경에 따른 착공지연 △공사량 증가 등을 이유로 적용불가를 통보했다.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명확하게 공사비 얼마이상부터 하이엔드브랜드를 적용한다는 기준은 없고 입지나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본다"며 "단지규모 등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일부 핵심지역이 아닌 곳에서 높지 않은 공사비로는 하이엔드브랜드 적용시 수익성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당장 올해 수주실적을 올리려면 하이엔드브랜드를 활용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현재 공사비로는 수익성이 크지 않고 브랜드희소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난감한 부분이다"고 부연했다.전문가는 하이엔드 브랜드 보급 확대와 공사비 갈등이 계속되면 브랜드 가치 하락과 함께 하이엔드 아파트의 질적 하락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공사와 조합이 하이엔드를 짓기로 합의하더라도 최근 급등한 공사비용을 맞추지 못한다면 껍데기만 하이엔드인 아파트가 나올 수 있다"며 "조합과 시공사 모두 사업성과 공사비 분담 여력 등을 고려해 브랜드를 결정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 네이밍을 떠나 입지나 아파트 품질이 강조되는 시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