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논란 계속… 시설·인건비만 수천억평균 운임 2269원… 본사·기사·대리점 간 '제로섬 게임'"단가 인상 불가피… 정부 주도 필요"
  • ▲ 택배 자료사진 ⓒ 뉴데일리경제
    ▲ 택배 자료사진 ⓒ 뉴데일리경제
    택배 업계가 ‘과로사 이슈’로 연일 시끄럽다. 지난달 28일 업계와 택배노조가 합의에 성공해 총파업을 막았지만, 대리점 반발로 또 다른 변수를 맞았다. 업계는 “결국 정답은 운임인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로젠택배 대리점 연합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분류 대책 합의 무효’를 주장했다. 택배사, 대리점, 택배노조가 참여하는 정부와 여당 주도의 ‘과로사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한 불만이다.

    택배노조는 지난달 총파업을 선언했다. 배송 업무 전 지역 터미널에서 물품을 수령하는 ‘분류’를 과로 원인으로 지적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노조는 업계가 당초 계획한 지원인력 6000명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추가 투입을 주장했다.

    29일부터 예정됐던 총파업은 28일 회의 이후 철회됐다. 택배사는 추가 인원과 함께 수급이 어려운 지역에는 별도 수수료 지급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합의로 각 택배사의 분류 관련 비용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번에는 4000여 곳의 대리점이 반발하고 나섰다. 본사로부터 영업권을 위탁받은 대리점은 현재 분류 관련 비용을 본사와 분담하고 있다. 인력 4000여 명을 투입한 CJ대한통운의 경우 연간 500억원 가량을 분류 인건비로 지출하며, 이중 50~70% 가량을 대리점이 부담한다.

    각사 대리점은 “분류 인력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대리점을 이번 합의에 배제해 유감”이라며 “합의를 무효화하지 않으면 이달 17일부터 4사 모두가 집화 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J, 롯데, 한진, 로젠택배는 일 물동량 2000상자의 80~85%를 담당한다.
  • ▲ 4일 택배 4사 대리점 연합 국회 앞 기자회견 ⓒ 이종현 기자
    ▲ 4일 택배 4사 대리점 연합 국회 앞 기자회견 ⓒ 이종현 기자
    업계는 현실적인 갈등해소 방안을 ‘운임 인상’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택배 시장은 흔히 ‘제로섬 게임’이라고 불린다. 한정된 운임 안에서 기사·대리점 수수료, 본사 수익, 시설 투자비를 나눠 가져가야하기 때문이다.

    택배사는 경쟁 입찰로 화주를 유치한다. 낮은 운임을 써내야 새 화주를 확보할 수 있는 탓에 선제적으로 택배비를 올리기 쉽지 않다. 수년전부터 상위사 위주로 운임을 올리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경쟁사 이탈 등으로 다시 가격을 내리기 일쑤였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집계한 지난 2019년 택배 평균 단가는 2269원이다. 약 6년 전인 2013년 평균 단가인 2475원과 비교해 약 200원 떨어졌다.

    업계는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논의된 과로사 대책에 수천억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각 사는 자동 분류기 도입 등 시설 개선을 약속했다. 회사 규모에 따라 관련 비용은 1000억~200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분류 인건비도 상당하다. 가장 많은 인력을 투입 중인 CJ대한통운은 관련 비용을 연간 500억원으로 예상했다. 추가 투입, 해당 인력의 초과 근무·보험료 등 실제 상황 반영 시 소요 비용은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송기사 과로 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은 결국 운임인상”이라며 “아직까지는 화주, 소비자가 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이 커 개별 업체가 대응하기엔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운임인상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정부가 강조해줬으면 한다”면서 “최저 단가를 제한하는 ‘안전운임제’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