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 "5월 3일 공매도 재개 분명히 약속"동학개미, 대정부 투쟁 예고…금융위 해체 요구·낙선운동 증권가 "공매도 금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우려도
  • 오는 5월 3일 공매도 부분 재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금융당국은 재개 일정을 못 박으며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 재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분노한 동학 개미들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면서 양측 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임시회의를 열고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를 오는 5월 2일까지 연장하고, 5월 3일부터 코스피·코스닥 대형주에 한해 부분 재개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증권가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는 4월 재·보궐 선거 시기를 고려해 재개 시점을 잡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사실상 선거용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 "5월 3일 공매도 재개 분명히 약속"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 비판을 달게 받고, 일정에 맞춰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은 위원장은 전날 현대 EV스테이션강동에서 열린 '미래차·산업디지털분야 산업·금융 뉴딜투자협력 업무협약(MOU)'에서 "5월 3일로 재개 일정을 못 박은 것은 오히려 재개를 분명하게 약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3월 16일 공매도 재개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3월16일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주어진 숙제를 다하겠다고 했고 실무자는 준비를 다 했지만 (재개 여부를)결정하는 것은 위원회"라고 부연했다.

    이번 공매도 부분 재개 결정은 연착륙을 위함이다. 은 위원장은 "코스피 200, 코스닥 150을 구성하는 종목에 한해 공매도 재개를 하려다보니 현장에서 전산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일부에선 시스템이 완비돼야 한다고 했으며, (공매도 재개 시점은)논란이 적고 시스템이 완비된 날짜에 (공매도 재개를)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월 16일에 재개했어도 개정 자본시장법이 4월 6일에 시행되기 때문에 입법 공백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나왔을 것"이라며 "더 이상 공매도가 논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 동학개미, 대정부 투쟁 예고…금융위 해체 요구·낙선운동 등 

    공매도 금지 연장을 넘어 완전 폐지를 주장해 온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결정에 단단히 뿔이 났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대형 종목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선거용 반쪽짜리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한투연 측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주식투자자 성난 민심에 부채질을 한 것으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는 입장이다. 

    세부 행동 계획으로는 ▲금융위 해체 및 은성수 위원장 해임 촉구 ▲공매도 금지 1년 연장 촉구 ▲공매도 재개 찬성 정당 후보 낙선운동 ▲국회의원 앞 항의 서한 발송 ▲시위 등 대정부 투쟁 등이다. 

    내부에서는 공매도 폐지 비상 대책 토론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민청원, 비대면 피켓 시위, 공매도 증권사 대상 계좌철수 등 회원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투연 측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향해 "공매도 세력의 수익에 대해 3개월 내 조사 완료가 가능한가? 그게 아니라면 국민 재산 피해를 방치하는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되므로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길 권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개인투자자들의 이름으로 금융위원장을 탄핵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에도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4일 등록된 이 청원은 5일 오후 12시 기준 1만540명이 동의를 얻었다.

    청원 작성인은 "말뿐인 대책, 시스템 구현, 처벌조항 등이 아니라 확실한 시스템을 구현한 뒤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만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방침을 철회하라"고 했다. 

    개인 대주제도 도입 및 개인 공매도 확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닌 개미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도 거래에 대한 거래세와 수익에 대해 똑같이 세금을 부과하고, 시장조성자에게 주어진 혜택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업틱율 조항 등 12가지 혜택과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에만 현물, 선물에만 시장조성자를 유지하라"며 "선물종목 중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에도 시장조성자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의무상환기간 설정과 증거금 기준을 상향하고, 대차시스템 개발 및 재대차금지를 통한 뻥튀기 대차를 차단해야 한다"며 "이상 상기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도개선 및 제도확립 후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재개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 증권가 "공매도 금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 재연장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재연장 발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각각 6492억원, 1조8347억원을 순매도 했다. 외국인의 경우 하루 만에 매도로 돌아서면서 코스피 3100선이 붕괴됐다. 

    패시브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등은 공매도 가능 여부를 시장등급 평가요소로 사용한다"며 "추종자금의 국내투자 금액이 28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공매도를 무기한 연장하거나 금지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장기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지속한 터키는 시장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전날 시장에서는 금융위가 FTSE로부터 공매도 관련 경고를 받았다는 소문도 나왔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계속될 경우 한국을 FTSE 선진국 지수에서 제외하겠다고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경고는 물론 일체의 서한을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FTSE 지수는 주로 유럽계 투자회사들이 사용한다. 선진국 지수에서 제외되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불가피한 만큼 금융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