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신용등급 하락에도 금리 올리지 말라" 논란은행권, 원금·이자상환 유예로 부실기업 늘어 난감한은 "각종 지표에 착시효과, 대출 부실화 우려↑"
  • ▲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원회
    ▲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의 신용등급이 나빠지더라도 대출 한도나 금리 조정을 하지 말 것을 금융권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경영악화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움이 가중돼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대출 원금·이자유예 지원으로 가뜩이나 부실기업이 늘어난 상황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의 '연명치료'만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각 금융기관에 기업의 신용등급 평가 영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 대한 예외를 둘 것으로 요구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일 중소기업중앙회서 열린 중소기업단체장과 간담회서 "중소기업계에서 작년 매출 감소분이 반영돼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금리상승 등 대출요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덜어드릴 수 있도록 금융권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애초 신용평가 단계서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실적 악화를 반영해 설령 신용등급이 하락하더라도 이를 대출 한도나 금리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은행들의 신용평가에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의 대출 근간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각 기업의 주주총회 및 결산이 마무리되는 4월에 신용등급 일제평가를 진행한다. 

    여기에는 재무제표로 판단하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가 더해진다. 금융당국은 '정성평가'에 코로나19의 어려움은 반영할 것을 요구하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평가의 정성평가 과정은 각 은행별로 기준이라는 게 있는데 이를 깨고 부실을 눈 감아 주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지원 조치로 지난해 4월 시작된 대출 만기·이자유예 조치가 오는 9월까지 만기 연장되면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멀어진 상황이다. 

    전 금융권의 코로나 대출 지원 규모는 130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이 80조원을 지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부실은 은행이 떠안고 있는데 추가 부실도 모른 체 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지난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았는데 올해도 또 쌓으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부도위험 기업은 1년새 10%가 증가했다. 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내는 '좀비기업' 비중은 40.7%에 달했다. 

    한은은 양호한 대출 연체율 등과 같은 각종 지표에 착시효과를 우려한다. 

    한은은 "금융기관들은 현재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실질적인 신용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험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