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치 협상 조합원 반대로 무산노조 집행부 입지 위축, 향후 협상 더 꼬여분할 후유증, 수주난 여전, 현장 일감부족 등 난제 산적
  • 현대중공업이 장기화되는 노동조합과의 협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21개월만에 극적 타결을 이뤘지만 조합원 투표를 넘지 못하면서 또다시 지루한 협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8일 현대중공업과 노조 측에 따르면 양 측의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 58.07%로 부결됐다. 투표에 참여한 6952명 중 403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표는 2861명(41.15%)에 그쳤다.

    잠정합의안에는 2019년 임금을 4만6000원 인상하고 성과금 218%와 코로나19 격려금 지급 등이 담겼다. 하지만 2년 전 노사 갈등의 원인이었던 물적분할에 대한 위로금이나 후속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노조는 이를 투표 부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물적분할은 2019년 기존 현대중공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을 바꾸고 현대중공업을 다시 신설해 100% 자회사로 존속시킨 사태를 가르킨다. 당시 노조는 강력 반발했고 사측과의 충돌로 1400여명이 해고 및 징계를 당했다.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통해 징계 대상자에 대한 성과금 및 연월차 상 불이익을 없애는데는 합의했지만, 서류상 징계 자체를 철회하진 않았다. 때문에 일부 노조원이 요구한 징계에 대한 위로금도 산정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징계 대상자 1415명은 총조합원 7400여명의 20%에 달하는 인원"이라며 "이들의 반발이 투표 부결로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자료사진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자료사진
    표결 부결로 향후 노사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 집행부가 사인한 합의안이 부결됐다는 점에서 협상력을 더이상 발휘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18년 임단협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바 있다.

    때문에 노조 측은 잠정합의안에서 진일보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해야 할 처지다. 반대로 사측은 사태가 길어질수록 협상안에 따라 추후 지불해야 할 자금이 계속 커지는 만큼 부담감도 작지 않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년치 교섭을 3년째 끌고가면서 소급되는 임금 및 성과금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며 "장기화되는 협상에 노사 모두 지친 상태"라고 했다.

    지속된 수주 부진으로 올해 일감이 줄어들어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것도 협상 걸림돌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매출이 18조9110억원으로 29% 감소해 영업이익 -5971억원 적자를 봤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환율하락과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란 악재에 835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올해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대금 9000억원 규모의 자금도 집행해야 하며 3월 주당 1만8500원 수준의 배당도 앞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IPO를 추진하고 20% 규모의 신주발행을 통해 1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