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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면 아파트 분양시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여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내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새 아파트가 시세보다 싼값에 공급되고 있는데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비롯해 인기지역에서 분양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청약제도 개편으로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자격조건 완화 등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만큼 가점이 낮아 당첨이 어려운 30~40대는 청약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분양되는 민영아파트는 총 11만3429가구(임대주택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2685가구)의 2.4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통상 설 연휴가 낀 연초는 한파 등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사뭇 다르다. 11만 가구가 계획대로 분양된다면 부동산114가 1분기 기준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래 역대 가장 많은 분양물량이다.
이처럼 연초 분양물량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분양 예정이었으나 미뤄진 대단지들의 영향이 크다. 특히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를 비롯해 부산 동래구 온천동 '래미안포레스티지(4043가구)' 등 대단지 아파트가 많다.
올 1분기에 서울에서만 3953가구가 분양이 예정된 가운데 ▲경기 4만2377가구 ▲인천 1만8430가구 등 수도권에서만 전체의 57%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특히 서울 전 지역과 을 비롯해 경기 과천·하남·광명 등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수억원 이상 낮은 '로또아파트'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중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가가 급등했고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서울 중저가 아파트와 경기도 아파트를 사들이며 수도권 아파트값도 껑충 뛰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의 소득요건이 완화되며 특별공급 내 일반공급 물량이 확대되는 점도 청약열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수도권 인기 단지의 경우 이미 당첨 가능한 청약점수가 80점(만점 84점)에 달하는 등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가점이 낮아 당첨이 어려운 30~40대의 경우 추첨제 물량을 공략하거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의 아파트 청약을 노리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설 연휴 직전 역대 최대 규모의 주택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만큼 서두르지 않고 입지 좋은 지역과 단지를 중심으로 천천히 기다려보는 것도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오는 7월부터 3기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둔촌주공, 원베일리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80점 이상의 가점자라야 당첨 안정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반 분양이 많은 단지, 비인기 타입 등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