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핀 기반 작년 4분기 정유4사 유일 흑자하반기 정유부문 턴어라운드… "빠른 실적 개선 기대"
  • ▲ 에쓰오일. ⓒ연합뉴스
    ▲ 에쓰오일. ⓒ연합뉴스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확보한 최첨단 정유·석유화학 시설의 효과를 본격적으로 거두기 시작했다. 턴어라운드의 주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하반기 정유 부문 회복까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간 실적 반등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6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조2802억원, 영업이익 930억원의 영업실적을 거두면서 전분기(-92억원)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4분기 국내 정유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을 제외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은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3개사의 영업손실은 총 3732억원에 달한다.

    사업 부문별로는 정유사업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소비 감소로 손실(-897억원)을 기록했으나, 석유화학 727억원, 윤활기유 1101억원 등 사업에서의 선방으로 반등을 이끌었다.

    에쓰오일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하락 속에서도 석유화학 원료인 산화프로필렌(PO), 윤활기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저유황 선박유(LSFO) 등 수익성이 좋은 제품 생산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PO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스프레드는 전분기에 t당 595달러에서 84.5% 상승한 t당 1098달러를 기록, 2014년 12월 이래 최고 수준에 올랐다. PO 수익성이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 개선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도 잠정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좋은 시황을 이용하기 위해 생산능력이 30만t인 PO 생산을 3만~4만t 정도 더 늘리고 있고, 향후에도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2018년 말 가동을 개시한 에쓰오일의 신규 고도화시설 RUC&ODC는 원가경쟁력과 운영효율성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된다.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은 원유보다 값싼 중질의 잔사유를 원료로 휘발유, 고급휘발유용 첨가제(MTBE),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프로필렌, 에틸렌 등을 생산하고, 이 프로필렌을 올레핀 하류시설(ODC)에 투입해 폴리프로필렌(PP), PO를 만들어 국내외 석유화학업체에 공급한다.

    RUC와 ODC는 3분기에 두 달 동안의 정기보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4분기에는 RUC를 포함한 고도화시설을 '풀가동'함으로써 원유정제시설을 100% 가동할 수 있었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이 4분기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낮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정유업 부진을 화학 및 윤활기유 사업에서 만회했다"며 "특히 RUC·ODC 가동에 따른 올레핀 사업 확대가 화학 부문의 드라마틱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제품 판로는 40년 이상 공들여 구축해온 해외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 전 세계 이동 제한이 지속되면서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연료유 소비가 급감한 전례 없는 악조건에서도 에쓰오일은 수출물량을 전년보다 소폭 증대(0.3%)하는 값진 성과를 창출했다.

    여기에는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해외 판매 자회사(Aramco Trading Singapore)와의 협업으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등 에쓰오일만의 장점도 크게 작용했다.

    강동진 애널리스트는 "모든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모회사 아람코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RUC·ODC 준공으로 인한 강력한 다운스트림 경쟁력을 바탕으로 100% 가동해 차별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에쓰오일
    ▲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에쓰오일
    에쓰오일의 실적 개선은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올해 에쓰오일이 매출액 20조원, 영업이익 7798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추산됐다. 매출액은 20조4559억원으로, 전년 16조8296억원에 비해 21.5% 신장하면서 2018년부터 이어진 하락세를 끊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은 외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파른 개선세를 보일 전망이다. 전년대비 흑자전환은 물론, 2016년부터 저하된 수익성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 예상 영업이익률 3.81%도 2018년 2.51% 이후 최고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고도화 시설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데다 주요 생산설비가 지난해 정기보수를 마쳐 올해는 가동 중단 없는 공장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주력 제품인 PO, PP 등 올레핀 품목들이 올 들어서도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소비 진작 정책으로 인해 자동차, 가전, 포장재 섹터의 탄탄한 수요 회복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로마틱 부문도 지난해까지 부진한 스프레드가 유지됐던 PX(파라자일렌)의 경우 올해 증설 제한 및 TPA(테레프탈산) 공급 확대 등으로 지난해보다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윤활기유 부문 역시 올해 공급 증가가 제한된 가운데 수요 개선으로 견고한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 비중이 가중 높은 정유 부문도 일부 석유제품 재고 감소에도 여전히 정제마진이 약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국제유가 반등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재고관련 손익 개선이 예상된다. 또 점진적인 수요 개선으로 점차 정상화가 될 전망이다.

    나아가 하반기에는 코로나 완화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로 추세적인 반등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는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역내·외 재고 소진 기간, 지난해 150만배럴을 웃돈 것으로 추정되는 정제설비 폐쇄 물량 등으로 공급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및 계절적 성수기 요인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쓰오일 측도 "세계 각국에서 경쟁력 없는 설비들의 폐쇄가 늘고 있어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 영향이 제한적인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확산으로 석유제품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정제마진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수요가 더 빨리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에 따라 회사의 경영실적 또한 빠르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쓰오일은 컨콜에서 석유화학 2차 프로젝트 '샤힌(Shaheen)' 프로젝트와 관련해 하반기 기본설계 재개, 2020년 최종투자결정(FID) 완료, 2026년 말 완공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 프로젝트는 SC&D(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구축과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아람코가 개발한 TC2C(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기술 도입으로 구성됐다.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t 규모의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 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이 핵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TC2C 공정의 경우 잔사유 분해공정(HS-FCC)처럼 기술적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규 공정 도입에 따라 기존 NCC(나프타분해설비) 대비 원가 절감 가능 △시장 상황에 따라 C2·C3 수율 조절 가능 △저부가 스트림을 활용한 기존 정제설비의 획기적 석유화학제품 비중 확대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