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추가 소송 불가피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해도 합의금 지급 부담배터리 부문, 상당 수준 영업적-재무적 불확실성 불가피
  • ▲ LG화학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각 사
    ▲ LG화학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각 사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단기 실적 전망 하향, 중장기 사업 불확실성 확대, 배터리 부문 실적 가시화 지연, 소송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 확대 및 잠재적인 대규모 합의금 지급 부담 등 사업경쟁력 및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들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17일 한국기업평가 등에 따르면 최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ITC의 최종판결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 배터리,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부품에 대해 10년간 미국 내 수입을 금지했으며 자유무역지대 등 제3자를 통한 수입 및 판매 역시 금지했다.

    다만 기존에 수주한 포드와 폭스바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간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했다.

    60일 간의 심의기간 동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를 거쳐 ITC 최종판결에 대해 인용 또는 거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 영업비밀 침해 관련, ITC 결정에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미행사로 ITC 판결이 최종 확정되는 경우로, 이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추가적인 항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ITC 판결이 무효화되고 민사소송을 통해 결론이 나는 경우다. 세 번째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이 경우 ITC가 내린 수입금지 조치와 함께 현행 소송 모두 취하될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 사업적 측면에서 중·단기 배터리 부문 실적 전망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 미국 내 추가 사업 기회를 놓침에 따라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기준 30GWh 수준의 연간 생산능력을 2023년 85GWh로 빠르게 확장시키고, 이 중 약 26%에 해당하는 21.5GWh의 설비를 미국 1·2공장에 구축할 예정이었다.

    9.8GWh 규모의 1공장은 2022년 1분기 양산 예정이며  11.7GWh 규모의 2공장은 2023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 공장은 포드 및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물량을 집중적으로 생산할 목적으로 투자됐으나, 이번 판결로 관련한 매출 예상치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단일 전기차 프로젝트가 통상 4~6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수입 유예조치에도 폭스바겐 'ID.4' 배터리 및 포드 'F-150' 배터리 관련해 각각 약 1년, 2.5년간의 생산만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해외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입된 완성차에 실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에 대한 잠재적인 제재 가능성도 사업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익정상화 지연에 따른 재무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배터리사업은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에도 적극적인 사업 확장 및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대규모 자금 소요와 중장기적인 투자성과의 변동성이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배터리 부문은 신성장 사업으로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충을 바탕으로 최근 3년간 연 평균 123%의 빠른 매출성장세를 시현했으나, 같은 기간 누적 1조원을 상회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이 4200억원대로 확대됐다.

  • ▲ SK이노베이션 차입금 추이. 자료=SK이노베이션. ⓒ한국신용평가
    ▲ SK이노베이션 차입금 추이. 자료=SK이노베이션. ⓒ한국신용평가
    정유 및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배터리사업 부문의 빠른 안정화를 통해 연결 기준 수익성을 보완할 계획이었으나, 사업적 비중이 큰 미국 공장의 조기 안정화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전사 수익창출력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올해 이후에도 헝가리, 중국 및 미국 공장 잔여 투자와 최근 발표한 헝가리 3공장 건설 등 3조원 안팎의 배터리 부문 투자를 포함해 연 4조~4조5000억원의 설비투자가 예정된 가운데 이번 판결로 중장기 투자계획 관련 변동성이 확대된 부분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판단된다.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수입 및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사업 측면의 불확실성 지속과 추가 소송비용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TC 판결은 무효화되지만,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이 이어질 수 있고, ITC 최종반결을 반영해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까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 측에서 유럽 등 미국 외 지역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추가적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잠재해 있어 사업 측면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

    게다가 ITC 소송 관련, 최근 몇년간 수천억원의 법률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미국 내 소송 장기화와 해외 지역에서의 추가 소송 진행 등으로 법률비용이 누적될 경우 배터리 부문의 실적 안정화가 보다 지연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에는 대규모 합의금 지급 등으로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배터리 및 관련 소재사업에 5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배당금 지급, 자기주식 취득 등 주주환원 목적의 자금지출에도 약 4조원이 소요되면서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약 11조원, 부채비율은 149%로 상승했다.

    대규모 배상금 지급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적인 재무 부담 확대가 예상된다.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배터리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사업 전략을 감안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를 통해 장기 사업 확대의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패소한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대규모 합의금 배상 또는 장기 로열티 지급 부담 등이 발생하면서 실적 부진 및 공격적 투자 지속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합의금 규모 및 지급 방식에 따라 시점별 재무 부담이 달라질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공산이 큰 만큼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송 관련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침해 민사소송,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ITC 및 미국 연방법원에 상호 제기한 특허침해소송 등이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ITC 판결에 따라 신규 수주와 설비 증설, 제품 생산 등 배터리사업 전반에 대한 중대한 차질이 발생함으로써 배터리사업의 구조적인 경쟁력이 훼손되고 중장기적인 사업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항소 전 합의 여부,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등에 따라 배터리사업과 관련한 상당 수준의 영업적, 재무적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며 "양사간 합의 상황과 이에 따른 배터리사업의 고객 거래 관계 및 투자에 미치는 영향, 재무안정성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후속 법적 절차 진행 상황, 합의 여부 및 합의금 규모 및 지급 방식 등에 따라 사업 및 재무 위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정도는 상이할 전망"이라며 "추가적 법적 절차 진행 상황, 양사간 합의 여부 및 합의 형태, 여타 소송 진행 상황, 재무여력 확충방안 실행 추이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 일지. ⓒ뉴데일리경제
    ▲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 일지. ⓒ뉴데일리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