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실물과 주요 사양 베일 벗어테슬라 겨냥… 획기적 혁신 담아전기차, 하나의 ESS로 만드는 첫그림"전기차 패권 전쟁 불 붙었다"
  • ▲ ‘아이오닉 5’ 공개 행사 및 기자 간담회 ⓒ현대자동차
    ▲ ‘아이오닉 5’ 공개 행사 및 기자 간담회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5’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한발 앞선 기술과 저렴한 가격, 활용성을 무기로 ‘패권 전쟁’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3일 온라인으로 아이오닉 5를 처음 선보이고 주요 사양을 공개했다. 아이오닉 5는 전용 플랫폼(E-GMP) 기반으로 만들어진 현대차의 첫 번째 전기차다. 내연기관의 뼈대를 빌려 배터리만 넣은 기존과 달리 말 그대로 ‘전기차만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아이오닉 5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최대 430㎞(현대차 측정 기준)다. 배터리는 72.6㎾h와 58.0㎾h 총 2가지 용량으로 출시된다.

    가장 큰 강점은 전기차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시판 중인 전기차의 두 배에 달하는 800V 전압을 갖춰 급속 충전으로 18분 만에 배터리의 80.0%까지 채울 수 있다.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으로 보면 100㎞를 달리는데 5분 충전이면 충분하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아이오닉 5가 베일을 벗으면서 업계는 직접적 경쟁 상대인 테슬라를 꺾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주행거리를 비교해보면, 테슬라가 아직은 우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오닉 5와 몸집이 비슷한 ‘모델 Y’의 경우 롱 레인지 트림(세부 모델)이 1회 충전으로 511㎞를 달린다. 아이오닉 5보다 81㎞ 정도 주행거리가 더 길다.

    전기 모터의 성능을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되는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모델 Y가 우세하다. 모델 Y는 시속 100㎞ 가속 시간이 5.0초다. 성능을 강화하는 퍼포먼스의 경우 3.7초 만에 주파한다. 현대차 기술연구소 측정 결과를 보면 아이오닉 5의 제로백은 5.2초다.

    다만 주행거리와 성능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이오닉 5가 상대적 우세다. 중요한 구매 기준인 판매 가격은 100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아이오닉 5는 5000만원대 초중반에 살 수 있다. 정확한 가격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사전계약 전후로 나올 전망이다. 만약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구매 보조금을 받으면 실구매가가 3900만원 안팎까지 떨어진다.

    모델 Y의 경우 차값 6999만원에 보조금의 절반만 지원받을 수 있다. 보조금을 전액 지원받는 모델 Y 스텐다드(5999만원)는 지난 22일 돌연 판매가 중단됐다.

    앞서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따라 차값 6000만원 미만은 보조금 전액(최대 1200만원)을, 6000만원 이상∼9000만원 미만은 보조금의 절반만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9000만원 이상은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내도 아이오닉 5가 더 넓다. 아이오닉 5는 전장 4635㎜ 전폭 1890㎜ 전고 1605㎜다. 공간을 결정짓는 축간거리는 3000㎜로 압도적이다. 이와 함께 최대 140㎜ 뒤로 밀리는 콘솔 박스. 뒷좌석을 최대 135㎜까지 당길 수 있어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다. 모델 Y는 전장 4751㎜ 전폭 1921㎜ 전고 1624㎜다. 축간거리는 2890㎜로 조금 짧다.

    반자율주행 기술은 둘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경우 라이다가 아닌 많은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를 쓴다. 현대차의 경우 라이다, 레이더 등을 다양하게 조합한다.

    다만 아이오닉 5가 지닌 차로 유지 보조(LFA)와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 등은 자율주행 레벨 3 수준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기술 수준이 높고 국내 도로에 최적화 됐다는 분석이 많다.
  • ▲ 테슬라 ‘모델 Y’ ⓒ뉴데일리DB
    ▲ 테슬라 ‘모델 Y’ ⓒ뉴데일리DB
    이 밖에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아이오닉 5의 V2L(vehicle to load) 기능이다. V2L은 배터리로 외부에 220V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가전제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야외에서 전기차를 커다란 보조배터리로 활용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를 하나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아가 배터리를 빌려 쓰고 반납하는 방식으로도 전기차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전기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외부로 전략을 내보내는 ‘움직이는 에너지’”라며 “충전과 전력 공급이 양방향으로 이뤄질 경우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갈 혁신적 모빌리티(이동수단)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에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다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나아가 운전대의 경음기 덮개에 로고를 없애고 칼럼식 전자 변속 레버(SBW)도 적용했다.

    회사 측은 아이오닉 5를 올해 국내에서 2만6500대 이상, 세계로는 7만대 판매라는 목표를 세웠다. 다음 달 울산 공장에서 본격 양산에 나선다. 하반기 중 미국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내년엔 10만대를 팔겠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아이오닉 5를 앞세워 테슬라 따라잡기에 나설 것”이라며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을 맞아 폭스바겐 ID.4 등과 미래 먹거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해 판매 대수가 2030년 2600만대, 2040년 54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