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탈통신 신사업 집중… 케이블TV 인수는 후순위KT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됐지만… 매각 작업은 지지부진매각 작업 미뤄지면서 딜라이브 몸값 하락 우려도
-
딜라이브 매각 작업이 해를 넘기고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동통신사들이 탈통신을 통한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케이블TV 인수가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매각 관련 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KT는 딜라이브 채권단이 진행한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딜라이브는 KT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협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였으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딜라이브 인수가 잠정 중단됐다고 보고 있다"면서 "지난해 KT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전혀 진전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각이 미뤄지는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매각 희망가와 인수가 사이에 간극이 큰데다 KT가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딜라이브 인수에 조급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KT가 그룹사 구조개편을 본격화하면서 케이블TV 매각을 우선순위에 반영할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고 있다. KT는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ABC' 기반 사업을 토대로 콘텐츠 역량 강화에도 나선 상태다. 250억원을 투자해 콘텐츠 전문 기업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한 데 이어 자사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즌'도 별도 전문법인으로 독립시켰다.
탈통신 기반의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다른 사업의 투자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통사들은 신사업 외에도 마케팅 경쟁은 물론 5G통신 기지국 등 인프라 구축 투자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이통3사는 5G 이동통신 인프라 조기 구축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회복하기 위해 약 25조원(SK브로드밴드 포함)의 설비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5G 상용화 3년차로 5G 망 구축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유료 케이블 방송과 VOD 서비스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으로 급전환되면서 케이블TV 인수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 다른 케이블업체인 CMB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CMB는 지난해 연내 매각 목표를 공식화하고 법무법인 김앤장을 매각 법률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매각작업에 속도를 올렸지만, 해를 넘기고도 매각작업에 진전이 없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를 비롯해 이통사들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라면서 "매각 작업이 계속 미뤄지면 딜라이브 몸값만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딜라이브 매각작업은 2015년부터 추진됐지만 지금까지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KT스카이라이프가 2018년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었지만 국회가 위성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문제를 지적해 무산됐다.
최근에는 매각 성사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IHQ를 삼본전자 컨소시엄에 약 1000억원에 넘기면서 몸값을 낮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KT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KT가 35.4%로 1위로 앞서있다. 그 뒤를 LG유플러스·LG헬로비전(24.9%),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24.17%)가 쫒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