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 의장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테이퍼링 고려 안해"바뀐 점도표에 기준금리 인상 당겨질 우려 남아…금리 변동성은 여전금리상승기 증시 주도주, 가치주 VS 성장주…증시 전문가들 의견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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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행 가능성에 재차 선을 그었다. 연준은 경제 회복과 물가 상승이 당초 전망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판단에도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은 현재보단 줄어들겠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중 내년(2022년) 인상을 점친 위원 수가 기존보다 많아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당겨질 것이라는 우려도 남아 있다.

    증권업계에선 향후 금리 전망과 관련해 시장 주도주에 대한 예측이 엇갈린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전망해 가치주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시장이 금리 상승에 적응하고 향후 금리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다시 성장주가 증시를 주도할 것이란 의견이 맞선다.

    ◆'제로금리' 동결하며 시장 달랜 연준…금리 변동성은 여전

    1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8% 상승한 3만3015.37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29% 오른 3974.12에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0.40% 오른 1만3525.20을 기록했다.

    이틀간 열린 FOMC 정례회의 이후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시장을 향해 올해 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겠지만 돈 풀기는 당분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존 4.2%에서 6.5%로 2.3%포인트 상향했다. 또한 올해 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지난 12월보다 0.6%포인트 상향된 2.4%로 제시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테이퍼링 논의는 시기상조라면서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연준이 테이퍼링 신호를 주기 전까지는 그걸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나온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8명 2023년이 끝나기 전에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위원은 지난해 12월 5명에서 이날 7명으로, 2022년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한 위원 수는 지난해 12월 1명에서 이날 4명으로 많아졌다.

    시장이 주목했던 SLR(supplimentary leverage ratio·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 조치에 대해 당장의 언급을 피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SLR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규제로, 미국 대형은행들이 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5% 넘게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연준은 팬데믹 직후인 지난해 4월 이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오는 21일 이 조치는 만료된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라면서 "아직 SLR 추가 연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지만 2월 중순부터 중장기물 국채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투심을 약화시켜왔던 가장 큰 이유인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시장 변동성은 잦아들 것"이라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FOMC 회의 안도감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관련 우려를 다소 완화시켜주겠지만 강한 성장 사이클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관련 논란은 앞으로도 수시로 금융시장을 괴롭힐 것"이라면서 "다만 현시점에서 인플레이션과 연관된 추가 금리 상승 리스크를 우려하기보다는 강한 성장 사이클을 즐겨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금리 상승기엔 '가치주' VS 결국엔 다시 '성장주'

    FOMC가 시장의 불안을 달래준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 상승 리스크는 여전하다. 시장 주도주에 대한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은 가치주와 성장주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성장주보단 가치주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실적보다 미래 실적이 주목받는 성장주는 미래 가치가 할인을 거쳐 현재 기업 가치로 환산돼 주가에 반영된다. 금리가 낮을수록 할인율이 낮아져 성장성은 더 크게 평가받게 된다.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선 그 반대다. 

    뉴욕증시 가치주를 추종하는 러셀1000가치주지수가 올해 들어 11% 상승한 반면 러셀1000성장주지수는 겨우 0.2% 상승했다. 이는 IT 버블 붕괴로 기술주가 급락했던 2001년 이후 최대 격차다.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증시 주도 종목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바뀌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가치주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며, 단기간에 가치주가 빛을 보는 날이 와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시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더라도 결국 가치주 쪽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중간에 금리가 쉬어가면서 성장주가 급등하겠지만 중기적인 추세는 금리 상승에 무게가 있다"며 "상반기에는 성장주에 대한 환경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이라도 가치주 비중 조절에 나서야 한다"면서 "금리가 더 상승하면 자금이 성장주 업종 전체에서 가치주 업종 전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반면 당장은 가치주로 자금이 쏠리겠지만 결국 성장주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 투자업체인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스티브 치아바론 부사장은 "가치주 중 경기순환주의 실적은 2분기 250% 개선될 수 있다. 올해만 보면 경제 재개와 관련한 이들 종목이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주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없을 경우 장기적으로 이익 증가가 이뤄지는 성장주가 재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IT의 시장 주도력은 강화된 데 반해 경기민감업종과 은행업은 물가와 금리 변화에 등락을 반복했다"면서 "펀더멘털 장세에서 2분기 중 가치주가 코스피 상승에 힘을 실어주겠지만 주도주로 자리하긴 어려울 것으로, 오히려 반도체·자동차·2차전지·인터넷업종 등 기존 주도주가 이익 레벨업을 바탕으로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금리 변화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다기보다는 성장 기업 간 차별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가치주로의 순환매에 대비하기보다 새로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더라도 올해는 경제 재개 기대감이 높은 만큼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주에 있어 금리 상승이 아니라 금리 변동성이 더 중요해 금리 변동성이 진정되면 금리가 올라도 성장주 상승은 가능하다"면서 "경기 부진 속에서 성장주가 급부상했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다른 만큼 경제 재개 국면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수출 및 소비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