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생계형 적합업종' 부작용 속출급성장했던 두부·막걸리 시장도 주춤산업 경쟁력만 깎아… 시장 성장도 제동
  • ▲ 김치는 지난 9년간 적합업종에 포함됐다. 지난 2011년 첫 중기적합업종 품목에 지정된 이후 2018년까지 재지정을 이어왔고, 2019년에서야 벗어나게 됐다.ⓒ풀무원
    ▲ 김치는 지난 9년간 적합업종에 포함됐다. 지난 2011년 첫 중기적합업종 품목에 지정된 이후 2018년까지 재지정을 이어왔고, 2019년에서야 벗어나게 됐다.ⓒ풀무원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도입, 시행한 지 10년이 지나고 있다. 탄생 시점부터 수많은 논란이 됐던 만큼 현시점에서 중기적합업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는 중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산업계는 본격화 된 인구 감소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숨 가쁜 변화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 중기적합업종 규제가 어떤 실효성을 거뒀는지 4회에 걸쳐 따져봤다. <편집자주>

    “국내 기업들의 투자를 막는 동안 중국산이 점령하고 있습니다.”(A 식품기업 관계자)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김치 대기업 규제에… 중국산 김치가 단체급식 85% 점령

    김치는 지난 9년간 적합업종에 포함됐다. 지난 2011년 첫 중기적합업종 품목에 지정된 이후 2018년까지 재지정을 이어왔고, 2019년에서야 벗어나게 됐다.

    그사이 중국산 김치는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김치의 99.0% 이상은 중국에서 수입된다. 지난해 전체 김치 수입액 가운데 1억5242만달러가 중국에서 들어왔다. 특히 대다수 영세 식당은 국산 김치를 사용하기에 비용 부담이 커 중국산 김치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비위생적인 제조 영상이 확산된 중국산 김치 논란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 국산 김치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 비용 압박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김치 B2B가 공급이 가능했으면 식당 급식에 우리가 납품할수 있었고 중국 김치 논란이 안생길수도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식당, 급식업체 등 국내 김치 기업 거래(B2B) 시장의 85%가량은 중국산 김치인 것으로 파악된다. 2005년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온 중국산 김치는 국산의 3분의 1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매년 높여가고 있다.

    중국산 김치의 영토 확장은 B2B 시장이 주력인 국내 중소업체에게는 직격타일 수밖에 없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은 “국내 대기업은 주로 기업과 소비자 간(B2C) 거래에 주력하고 있어 중소업체들과는 시장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면서 “대기업을 규제하면 그 자리에 중소기업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은 오히려 중국산”이라고 지적했다.
  • ▲ 2011년 주요 먹거리들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해당 품목은 중소기업 중심 시장이 형성되는 대신, 시장 자체는 쪼그라든다는 결과를 낳았다.ⓒ풀무원
    ▲ 2011년 주요 먹거리들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해당 품목은 중소기업 중심 시장이 형성되는 대신, 시장 자체는 쪼그라든다는 결과를 낳았다.ⓒ풀무원
    ◇ 급성장했던 두부·막걸리 시장도 주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대기업들의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위반 시 징역 등 벌칙을 강화해 매출액의 5%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법적 강제 수위가 높아진다. 이미 2011년 주요 먹거리들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해당 품목은 중소기업 중심 시장이 형성되는 대신, 시장 자체는 쪼그라든다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2006년 중기 고유업종에서 폐지된 국내 두부 시장은 2010년 30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이듬해 11월 중기 적합업종에 지정되면서 국내 콩 생산농가 판로가 막히는 부작용만 나타났다. 중소 두부업체들은 대기업들이 구입하던 비싼 국산 콩 대신 수입산 콩을 쓰면서 국산 콩 가격은 40% 넘게 폭락했다. 

    값싼 중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는 품질 하락이 불가피했다. 이후 정부는 국산 콩 포장두부를 적합업종에서 제외했지만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투자가 미뤄져 두부 시장 규모는 2012년부터 수년째 4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막걸리 역시 정부의 쌀 소비 촉진 정책과 맞물려 한때 생산과 수출이 늘었지만, 소규모 양조업체들의 반발로 2011년 중기 적합업종이 되면서 급락의 길을 걸었다. 주류 대기업들이 막걸리 사업을 포기하자 수출은 2011년 5274만달러(약 590억원)에서 2년 만에 1886만달러로 64% 급감했다.

    이에 놀란 정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2015년 막걸리를 중기 적합업종에서 제외했지만 5000억원대였던 국내 막걸리 시장이 1000억원대로 줄어든 뒤였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철거하고 막걸리사업 자체를 포기한 터라 다시 돌아가기는 힘들었다"면서 "5000만달러 수출을 기록했던 산업이 한순간의 규제로 회복 불가에 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