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 10년… 중기 살아났나 반문"근본 처방 없이 대기업만 규제하는 반기업 규제"소비자 후생도 뒷전… "지금이라도 규제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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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도입, 시행한지 10년이 지나고 있다. 탄생 시점부터 수많은 논란이 됐던 만큼 현시점에서 중기적합업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는 중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산업계는 본격화 된 인구 감소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숨가쁜 변화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 중기적합업종 규제가 어떤 실효성을 거뒀는지 4회에 걸쳐 따져봤다. <편집자주>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중기 적합업종') 관련 규제가 10년을 맞은 가운데, 근본적인 처방 없이 반기업 정서만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성과 측면에서 본래 취지인 '중소기업 보호'가 달성됐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중기 적합업종은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하려고 하는 제도다.본래 취지로 보자면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최우선시된다. 하지만 이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대기업에 대한 규제만이 포함돼있다.대기업이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품목 포함)에 대해 3년(3년 연장 가능) 동안 진입 또는 사업 확장을 하지 않도록 동반성장위원회가 업종을 지정해 권고한다. 동반위는 그동안 음식점·제과점·두부 등 110개 업종을 지정했다.이 때문에 이미 중기 적합업종은 도입 당시부터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반기업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도입 당시 동반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국내외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는 내용의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기 적합업종은 준수 여부를 강제하지 않고 기업의 자율(권고)로 맡기기로 했다.소비자 직접 거래(B2C)가 많은 유통·식품업계의 경우 이미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기업 정서의 직격탄을 받다보니 사업 확장에 직접적인 제약이 걸렸고, 성장은 정체됐다.문제는 10년이 지난 현재 중기 적합업종의 본래 취지가 얼만큼 달성됐냐는 점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문을 닫게 해서 전통시장이 살아날 수 있느냐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데,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실제 성과로 이어졌느냐를 보면 정부가 처음부터 잘못된 규제 설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대기업 성장을 억제해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이미 중기 적합업종 규제의 경우 정부가 소비자의 불편을 강요해 소상공인을 도우려고 한다는 지적이 여러차례 나온 바 있다.
국내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과점 생기는 것을 막고, 한식뷔페 출점을 막았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골목에 있는 빵집과 식당을 찾아가냐의 문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엮어 놓은 것"이라며 "소비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소비자 불편만 키운 규제인데다 온라인 시장만 키운 꼴"이라고 꼬집었다.오락가락한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한식뷔페의 경우 역 출입구 100m 이내, 복합다중시설 등에만 입점할 수 있고, 베이커리의 경우 전년 대비 점포 수 2%만 키울 수 있다.국내 한 외식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규제의 기준인지 알 수 없는 시장 논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없는 규제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대기업이 규제받으면서 내실을 다지고 부가가치를 높일 때 중소기업은 얼마만큼 성장했느냐라는 질문이 남는다"라고 말했다.무조건적으로 대기업을 억제하기보다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관련업계 관계자는 "공정 경쟁 시장 속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은 출점을 제한하고, 사업을 막는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을 수도 있는데 (현재 규제는) 규제에 대한 반감만 더 키우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