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 10년… 역차별 논란 계속파리바게뜨·뚜레쥬스 성장 정체스타벅스·맥도날드·버거킹 영토 확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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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도입, 시행한지 10년이 지나고 있다. 탄생 시점부터 수많은 논란이 됐던 만큼 현시점에서 중기적합업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는 중이다. 지난 10년간 우리 산업계는 본격화 된 인구 감소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숨가쁜 변화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 중기적합업종 규제가 어떤 실효성을 거뒀는지 4회에 걸쳐 따져봤다. <편집자주>
정부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시행 이후 국내 업체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도입한 각종 규제의 여파로 오히려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해외 브랜드의 시장잠식이 커지고 있다는 평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 등으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외식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해외 브랜드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순 매장 수만 놓고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2017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프랑스의 인기 베이커리인 브리오슈도레는 2019년 2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브리오슈 도레는 글로벌 외식 기업 르더프그룹 소속으로 유럽과 미국, 중동 등 전 세계 500여개 매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베이커리 브랜드다. 곤트란쉐리에도 2015년 3곳에서 30여곳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이후 출점 속도가 둔화했다. 2013년 제과점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동네빵집 반경 500m안에는 출점을 제한하고 매장 수도 전년 대비 2% 내에서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매장은 2013년 3227개에서 2017년 3422개에서 늘더니 2019년 3422개로 정체됐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같은 기간 1280개 매장에서 1332개, 1291개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 이후 동네빵집의 확장도 정체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국내 베이커리 시장 동향과 소비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보면 빵집 창업은 2016년 기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6년 2720개 매장이 창업했지만 지난해엔 2433개로 줄었다.
반면 문을 닫는 빵집은 2017년 2501개, 2018년 2188개, 지난해 2249개로 해마다 2000곳이 넘는다. 매년 창업한 만큼 폐업한 셈이다. -
제과업계 뿐만 아니라 외식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성장 절벽에 직면해 있는 동안에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해외 브랜드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다. 제과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지정한 후 전세계에서 한국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다. 지난해 기준 매장이 1500개를 넘어섰다. 매출 역시 1조9284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한국맥도날드도 영토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 9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했다. 매장만 400여개가 넘는다. 버거킹의 법인명인 비케이알도 2019년 50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장 역시 400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업계에선 과도한 규제보다 자율경쟁에 맡겨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가 정말로 골목상권 보호에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조사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영위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적합업종 지정 이전 2년 평균 4.7%에서 적합업종 지정 이후 2년 평균 3.8%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규제해야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논리는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중소기업 상생을 명분이지만 국내 업체들이 내준 자리를 외국계 업체들이 빠르게 잠식해 그들만 배불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