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보고해도 혁신만으론 안된다"중고나라 내부 반발도 잘라롯데온 책임자 외부 수혈… 전무급 이상에 전권 부여할 수도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그동안 잘 나가던 유통·화학에 안주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위기감이 커진 게 사실이다."(롯데그룹 내부 고위 관계자의 말)  

    롯데그룹 내부가 심상치않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라는게 괜한 얘기가 아니다.

    "단맛만 보던 호시절은 잊어라"는 게 신동빈 회장의 주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24일 "최근 신동빈 회장이 직접 거론한 부분은 아니라 세밀한 뉘앙스를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각 계열사들이 급감한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싸늘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혁신안을 보고해도 혁신만으로는 안된다는 독한 주문이 쏟아져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롯데의 뿌리인 유통업이 예전만 못하다.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 만큼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 발굴과 혁신에 성과를 올리고 있는 반면, 롯데는 미래 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지 한참이다.

    숙고를 거듭하던 롯데는 다시 M&A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엔 '롯데'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10여년전 4조원대의 자금으로  M&A시장을 쥐락펴락하던 모습의 데자뷔다.

    M&A 시장에서 롯데 공격 행보는 위기감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통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M&A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다. 

    롯데는 국내 최고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를 인수했다. 중고나라 인수에 내부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신 회장은 반대를 물리쳤다.

    인수도 혁신이고 도전이라는 이유였다.

    신 회장이 중고나라를 낙점한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플랫폼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커머스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롯데온 부진이 반면교사가 됐다.

    앞서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23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롯데는 배달앱 '요기요' 인수에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 진출도 공식화했다. 롯데지주는 23일 "바이오 사업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는 했지만, 재계에선 바이오 사업 진출을 부인하지 않은 만큼 공식 선언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유명한 롯데에 신 회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공백이 생긴 롯데온 책임자 자리에 외부 인사를 앉혀 바람을 넣을 듯 보인다. 

    전무급 이상에, 전권부여 등 그간 롯데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베팅이 있을 것이라는 게 내부 전언이다.

    업계에선 더 이상 뒤처지지 않겠다는 신 회장의 절박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현재 롯데의 공격 행보에 실탄 부족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9000억원 규모다. 조 단위 M&A를 진행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할인점과 백화점, 아웃렛 등을 통틀어 70여 곳의 대규모 매장을 보유 중이다. 롯데쇼핑은 이들 매장을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리스백, S&LB) 하는 형식으로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1998년 IMF, 2008년 리먼 쇼크는 1~2년 잘 견디면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며 "롯데의 근간이 유통 부문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위기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고 그 중심엔 계열사 대표가 아닌 신동빈 회장의 독한 리더십이 절실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