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그리는 박정호 부회장 대표이사로 선임SK텔레콤 중간지주사 등 지배구조 전환에 SK하이닉스 변화 필수인텔 낸드사업 인수 마무리 작업 등 M&A 전문가 박 부회장 역할 커져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서 미래생존전략 구상 및 투자 등 핵심 역할 나설 듯
  • ▲ 왼쪽부터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SK하이닉스
    ▲ 왼쪽부터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박정호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맞으며 이석희 사장과 함께 투톱체제를 본격화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인텔의 낸드사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 모회사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라는 지배구조 변화를 눈 앞에 두고 있어 박 부회장 밑그림 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패권전쟁이 한창인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래생존전략을 구상하기 위한 신기술 투자와 인재확보 등의 굵직한 사안에서도 박 부회장이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31일 SK하이닉스는 전날 있었던 이사회에서 박정호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체제 시작을 알렸다. 박 부회장은 기업문화 부문을 맡으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 사장은 기술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 운영 등 경영 전반을 맡는다. 박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새롭게 맡게 되면서 기존에 맡고 있던 이사회 의장 역할은 하영구 선임사외이사가 담당하게 됐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박정호 부회장이 SK하이닉스 신임 부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SK하이닉스의 각자 대표체제 출범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 대표이사도 함께 맡으면서 그룹 전략적으로 역할이 커진 SK하이닉스를 보다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작업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본업인 이동통신사업(MNO) 회사를 분리하고 투자회사를 신설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나머지 자회사 관리를 담당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 안정화시킬 계획이라 이 같은 그룹의 큰 그림을 실행에 옮길 박 부회장 같은 인물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사실상 공식화했고 이르면 다음달부터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2018년 박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언급한 이후 현재까지 준비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앞두고 박 부회장의 승진과 SK하이닉스 대표이사 겸임 등이 차례로 이어지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 추진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는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한 자회사로 두고 있는 동시에 SK텔레콤이 SK㈜에 속해있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진 구조로 돼있어 SK하이닉스가 활발한 인수·합병(M&A)의 주체로 나서기에 제약이 있었다.

    만약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두고 SK하이닉스를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게 되면 SK하이닉스가 외부 M&A를 추진하기가 더 용이해진다. 공정거래법 상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M&A를 추진하면 인수 대상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 탓에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M&A가 쉽지 않았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무엇보다 내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 짓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율을 현재의 20%에서 30%까지 늘려야 해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만 8조 원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법 개정 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체제를 안정화하는데 박 부회장이 추진력을 갖기 위해선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더구나 현재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이 과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 짓고 낸드사업에서 본격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SK그룹에서도 굵직한 M&A건을 주도해 온 박 부회장이 지배구조 안정화와 동시에 인텔 낸드사업 인수건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SK하이닉스의 낸드사업 퀀텀점프를 위한 밑바탕 다지기에 또 한번 역할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와 같은 대규모 M&A 추진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지배구조 정비로 SK하이닉스가 M&A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을 갖춘데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건이 잘 마무리되면 이후 미래 반도체 시장을 견인할 또 다른 신성장동력 투자에 나서는건 정해진 수순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업계는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반도체를 중심에 두고 일종의 패권전쟁을 벌이는 것과 같은 무한 경쟁 상황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와 신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태다. 이를 위해 글로벌 반도체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신성장동력과 신기술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