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키옥시아 인수나선 3위 WD·5위 마이크론4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로 낸드시장 경쟁구도 간소화경쟁자수 줄었지만 몸집키운 3강 구도에 더 치열한 경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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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위 삼성을 제외한 낸드플래시 시장 강자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인텔의 낸드사업 인수를 결정한 점유율 4위 SK하이닉스에 이어 2위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해 시너지를 꾀하려는 3위와 5위 미국업체들의 도전이 시작되며 앞으로 낸드시장에 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웨스턴디지털(WD)과 마이크론은 최근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WSJ은 상반기 내에 이 두 회사가 키옥시아를 소유하고 있는 베인캐피털 측과 인수 협상을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전했다.

    키옥시아는 지난 2018년 사모투자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품에 안긴 낸드시장 2위 기업이다. 원래는 일본 도시바의 낸드사업부문이었는데 잇딴 적자로 도시바가 분사와 매각에 나서면서 현재 상태가 됐다.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와 애플, 시게이트, 델 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해 한국과 미국 연합체제가 형성됐고 일본 광학장비업체 호야도 따로 지분 인수에 참여해 현재 키옥시아 주인은 한·미·일 연합체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전환사채(CB) 방식으로 4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키옥시아에 투자했다. 지분율로 전환하면 15% 수준으로, 이번에 매각이 결정되면 이에 따른 투자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키옥시아는 상장을 추진해야 하는 처지라 SK하이닉스가 엑시트(Exit)에 나설 창구는 열려있다.

    SK하이닉스가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데는 단순히 투자가치만 고려된 것은 아니다. 키옥시아가 삼성에 이은 낸드시장 2위 사업자라는 점에서 낸드시장 4위인 SK하이닉스가 일종의 경쟁자 견제책으로 삼은 셈이기도 한데, 이번에 낸드 3위 WD와 5위 마이크론이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인수 컨소시엄 참여로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짭잘한 투자수익을 거뒀다는데 의미를 둘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낸드사업 강화를 위해 인텔 낸드사업을 전격 인수키로 결정하며 이미 낸드시장에 불을 지핀 바 있다. 키옥시아는 지분 투자로 견제를 하는 동시에 비교적 시장 점유율이 낮은 인텔 인수를 통해 효율적으로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낸드시장에서 점유율 8.6%로 마이크론에 이은 6위 사업자였다.

    이번 키옥시아 매각건으로 SK하이닉스는 투자 회수금을 인텔 낸드사업 인수대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키옥시아 기업가치는 34조 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이대로라면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가치로만 단순 계산해도 5조 원 이상을 인정받을 수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낸드 시장에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면서 주요 사업자 숫자는 줄었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D램 시장이 삼성과 SK하이닉스 2강의 구도가 오랫동안 굳어진 상황인데 반해 낸드 시장은 33%의 점유율을 보유한 삼성 외에는 10%대 점유율의 나머지 업체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경쟁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서 1위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이 몸집을 합치면서 사실상 삼성, 미·일 연합, SK하이닉스 등 3강 구도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SK하이닉스가 인텔 인수로 먼저 낸드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졌지만 미국업체들의 키옥시아 인수로 경쟁상황은 더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개별 기업의 경쟁이라기보다 국가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이른바 반도체 패권경쟁이 뚜렷해지면서 반도체 소비국에만 머물렀던 유럽도 슬슬 반도체 패권경쟁에 뛰어들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 기업들도 심화되는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각도로 미래 전략을 구상하며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단 낸드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역대급 규모 M&A를 추진한 것처럼 메모리 시장 독보적 1위 삼성은 파운드리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SK하이닉스에 이어 WD와 마이크론의 키옥시아 인수건까지 성사되고 나면 이르면 하반기부터는 치열한 상위권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조기에 인텔 낸드사업 인수작업을 마무리 짓고 조직통합과 기술개발, 생산을 안정화하는 수순에 박차를 가하며 선제적으로 낸드 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