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혜택 박탈… 임대가 분양아파트보다 비싼 역전현상도현실화율 100% 초과도 수두룩… 같은 동도 라인별로 들쑥날쑥탁상조사에 펜션이 아파트로 둔갑…서초구·제주도, 엉터리 공시가 비판
  • ▲ 아파트단지.ⓒ연합뉴스
    ▲ 아파트단지.ⓒ연합뉴스
    정부의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제주지역 공동주택 7채중 1채꼴로 오류가 확인되는 등 가격 산정이 엉터리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3%로 조사됐다. 또한 공시가격이 평균 상승률보다 3배이상 오른 사례가 다가구·연립 등 서민주택에 몰리면서 서민 세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제주도와 서울서초구는 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투명한 공시가격 산정 근거 공개와 전면 재조사, 공시가격 동결, 지자체로의 공시가 결정권 이양 등을 건의했다. 제주도와 서초구는 지난달 정부의 공동·개별주택 공시가격 발표이후 자체검증단을 꾸려 공시가격을 점검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날 "서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이 고무줄 잣대에 의해 허술하게 산정됐고, 명확하지 않은 깜깜이 공시가격임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제주…납세자 6분의1이 공시가격 10% 초과 상승

    제주도의 경우 도 공시가격검증센터가 지난달 15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분석한 결과 도내 공동주택의 15%에서 같은 아파트단지 내 같은 동에서조차 라인별로 앞집은 공시가격이 오르고 뒷집은 내리는 등 들쑥날쑥한 증감을 보였다. 검증센터가 예로 든 A아파트 110동의 경우 총 4개 라인중 1·4라인은 6.8% 이상 오른 반면 2·3라인은 11.0% 이상 내렸다.

    어떤 아파트는 1개동만 가격이 오르고 나머지 동은 모두 가격이 내리기도 했다. 같은 아파트단지에서도 동별로 상승률이 30%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원 지사는 "가구별로 공시가격이 달라질 순 있지만, 지역요인과 물리적 특성이 같은 아파트단지에서 상승률이 다르다는 것은 조사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오류는 아파트보다는 빌라, 대형보다는 소형, 고가주택보다는 저가주택에 집중돼 서민의 보유세 부담만 키운다고 제주도는 설명했다.

    도 검증센터는 제주지역 납세자의 6분의 1은 공시가격이 10% 이상 뛰었다고 꼬집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제주지역 전체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을 1.72%로 발표했으나 전체 공동주택의 3분의 1에서 상승률이 1.72%를 초과했고, 18%는 10% 이상 상승했다고 반박했다.

    도 검증센터는 한국부동산원의 현장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조사결과 국토부가 공동주택으로 발표한 11곳은 주택이 아닌 펜션 등 숙박시설로 밝혀졌다고 했다. 원 지사는 "이들 숙박시설은 수년간 공동주택으로 세금이 부과됐다"며 "부동산원이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부실하게 조사를 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서민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제주·서초
    ▲ 서민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제주·서초
    ◇서초…같은 아파트인데도 종부세 대상 여부 엇갈려

    서초구 조사에서도 △현실화율 100% 이상 △공시가격 100% 이상 상승 △임대·분양아파트 공시가 역전 현상 △같은 아파트내 오락가락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등의 오류가 드러났다.

    먼저 지난해 거래가 이뤄진 실거래 4284건을 살펴본 결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100% 이상인 사례가 136건으로 전체의 3%쯤을 차지했다. 90% 이상은 208건(4.8%), 80% 이상은 851건(19.8%)에 달했다. 구 검증단은 이를 구 전체 공동주택 12만5294가구에 적용할 경우 공시가격이 거래가격보다 높은 사례가 3758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실화율이 과다 책정된 경우는 신규 아파트, 소규모여서 거래사례가 적은 경우 등이었다. 지난해 준공한 B아파트(80.52㎡)의 경우 거래가격은 12억6000만원이었으나 공시가격은 15억38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122.1%였다.

    거래가 없거나 드물었던 연립·다세대 등 서민주택에서 지난해 일시적으로 거래가 발생한 경우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정책에 따라 단번에 공시가격이 100% 이상 급상승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는 서초구 평균 공동주택가격 상승률(13.5%)을 3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조 청장은 "급격한 공시가격 상승은 보유세 상승과 각종 복지혜택 박탈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저가 서민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은 지난 3년간 거래사례의 평균으로 현실화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대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인근 같은 규모의 분양아파트보다 높은 공시가 역전현상도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2013년 준공한 우면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5단지 임대아파트(84.95㎡)의 공시가격은 10억1600만원으로, 2012년 준공한 인근의 서초힐스 분양아파트(84.95㎡) 공시가격은 9억8200만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임대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54%로 분양아파트(27%)의 2배나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임대아파트 소유주가 LH여서 가격 상승에 대한 이의제기가 없을 것이라는 점과 앞으로 분양 전환 때 분양가격을 높게 매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같은 아파트단지에서도 거래실적 유무에 따라 종부세 대상에서 빠진 사례도 드러나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반포훼미리아파트의 경우 같은 층, 같은 면적임에도 거래실적 유무에 따라 공시가격이 20%나 차이 나 종부세 대상 여부가 엇갈렸다. 거래실적이 있던 102동은 공시가격 상승률이 29.59%를 기록한 반면 거래실적이 없던 101동은 14.96% 상승에 그쳤다.

    원 지사와 조 청장은 "정부의 공시가 산정은 소수의 부동산원 직원이 통계에 의존해 대량으로 평가하면서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면서 "이런 오류는 투기세력도 아닌 소득 없는 서민에 대한 세금 갈취로 이어진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장조사 없는 부실사례와 급등 사례는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복지수급의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불공정 공시가격 상승을 당장 멈춰야 한다"면서 "부동산 가격공시에 대한 정부의 결정권을 지자체로 넘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