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오뚜기·동원F&B 여성 등기임원 '0명'글로벌 기업에 필수요건… 'G'항목 이사회 다양성 중요CJ제일제당·삼양식품, 첫 여성 사내·사외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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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기업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은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국내 식품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보수적인 기업 문화에 여성 등기임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여직원의 비율이 50%를 넘기는 농심, 오뚜기, 동원F&B 등의 여성임원은 '0'명이다.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의 등기임원 36명(故 신춘호 회장 포함)은 전원 남성이다. 총 직원 5130명 중 58.5%, 3000명이 넘는 직원(이하 기간제 근로자 제외)이 여성(3002명)이지만 여성 임원은 전무한 상황이다.오뚜기 역시 등기임원 13명이 전원 남성이다. 오뚜기의 총 직원 수 2918명 중 여직원은 1838명이다. 62.9%가 넘는 비중이다.총 직원 3106명 중 1979명(65.6%)이 여직원인 동원F&B 또한 22명 등기임원 모두가 남성이다.오리온도 등기임원 5명이 남성이다. 다만 오리온의 총 직원 수 1458명 중 여직원은 413명으로 남직원의 비율이 크게 높다.최근 국내 식품업체들은 잇따라 ESG경영에 관심을 보이며 관련 ESG경영 강화 계획을 수립해왔다. 농심은 무라벨 음료, 페트병 경량화 등을 추진 중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순차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ESG 경영의 일부다. 농심은 특히 박준 대표이사 부회장의 신년사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내세운 바 있다.ESG경영은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필수 요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이 ESG에 기반을 둔 투자 원칙을 잇달아 강조하기도 했다.오뚜기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20년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에서 통합등급 B+를 받았고, 동원산업은 지난해 글로벌 투자회사 모건스탠리, 대신경제연구소 등에서 ESG A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기업문화 속에서 고위임원의 성비 불균형을 보여온 식품업계가 ESG경영을 내세우면서도 여전히 여성 임원 선임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여직원 비율이 높은 편이고 주 소비자 층도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식품업계의 고위 경영진이나 이사회에서 여성이 발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던 실정이다. 이때문에 ESG경영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식품업계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이 바로 'G'항목이다.다우존스지속가능성지수(DJSI)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ESG 평가 기관들은 'G(거버넌스·지배구조를 의미)' 항목 중 '이사회 다양성' 확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보고 있다.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서는 상황이 급박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이 각각 첫 여성 사내이사, 사외이사를 발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는 분석이다.CJ제일제당은 올해 김소영 AN사업본부장(부사장 대우)을 사내이사로 선임했고, 삼양식품이 강소엽 HSG휴먼솔루션그룹 동기과학연구소 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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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반에서는 여전히 낮은 여성 임원 비율 속에서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의 여성 등기임원 선임을 두고 보수적인 문화 속 확실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일회성으로 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ESG경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식품업계에서도 이사회에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 있지만, 트렌드성으로 활용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업계 전반을 두고 봤을 때 여전히 여성 임원은 '제로'에 가까워 성비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