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측면 불확실성 해소… "사업 추진은 긍정적"공격적 투자 따른 가중된 재무 부담 속 합의금, "상당한 부담"LG에너지솔루션 현금흐름 개선 전망… 재무 부담 관리 긍정적
  •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각 사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좌)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각 사
    "이번 합의로 사업 측면의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미래 수종사업의 차질 없는 진행이 가능하게 됐지만, 대규모 합의금 지급은 재무 부담의 가중으로 직결될 것이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관련,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에 대해 국내 신용평가 3사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격적 투자로 재무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합의금이 2조원 규모로, 가볍지 않은 만큼 중장기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해 온 영업비밀 관련 소송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양사는 국내외 모든 분쟁을 상호 취하하고 향후 출원·등록할 특허에 관해서도 10년간 추가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 측에 2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합의금의 구체적인 지급방식 및 지급기한 등은 미정이지만, 현금 일시금 1조원은 2021~2022년 이내 단기간에 지급되고 로열티 1조원은 2023년 이후 매출액 비례로 장기간 나눠서 내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간 최종 합의는 ITC가 2월 내린 SK이노베이션의 최종패소 판결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한을 하루 앞두고 타결됐다. 이로 인해 ITC 최종판결에서 결정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미국 내 제재 조치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앞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소재 셀, 모듈, 팩 및 완제품에 대한 미국으로의 수입과 미국 내에서의 판매 및 영업활동 등을 향후 10년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제재 조치 발효를 앞두고 사업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던 미국 내 생산공장 투자계획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21.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한 2개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며 2022년 1분기부터 폭스바겐에 연간 20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로 ITC 제재 발효시 예상됐던 실적 저하, 추가 사업기회 손실, 수익성 안정화 지연 등 사업 측면의 부담요소가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다.

    조지아 공장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투자계획의 25%를 차지하는 핵심으로, 포드 및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집중 생산할 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전략 생산기지다.

    제재 발효시 미국 시장 내 사업 철수 또는 투자계획의 변경 가능성도 잠재해 있었으며 배터리 부문 중장기 실적 전망치 하향, 추가 수주 등 사업기회 손실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주요 고객사에 대한 공급 불확실성이 제거됐고, 미국 내 추가 수주물량 확보 및 추가 증설투자를 진행할 안정적 여건이 확보됐다.

    또한 향후 10년간 부쟁송 합의가 이뤄져 중국·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의 추가적인 소송 등 분쟁 우려가 해소된 점도 사업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재 발효시 예상되던 수익성 안정화 지연 우려도 일정 수준 해소됐다.

    사업적 비중이 큰 미국 공장 조기 안정화 가능성이 커졌으며 과거 소송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법률·로비 비용 부담 등이 크게 낮아져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배터리 부문의 적자 폭 축소 및 중단기 수익성의 점진적 개선 등이 기대된다

    배터리 부문은 신성장사업으로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충을 바탕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123% 빠른 매출 성장세를 시현했으나, 같은 기간 공격적 증설로 인한 초기 안정화 지연 및 대규모 법률비용 부담으로 누적 1조원을 상회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그동안 생산기반 확보, 신규 물량 수주 등 미국 시장 내 배터리 사업 전개에 있어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한 소송 관련 부담이 해소된 점은 향후 중장기적인 관점의 사업 추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합의 발표 이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12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는 34만5286원으로, 종전 목표주가 30만6714원에 비해 12.5% 높아졌다.

    실제 증시에서도 합의 발표 직전 거래일인 4월9일 23만8000원에서 전날(13일) 27만7000원으로 종가 기준 16.3% 상승하기도 했다.
  • ▲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SK이노베이션
    ▲ 미국 조지아주 제1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 ⓒSK이노베이션
    반면 일시 합의금 및 로열티 지급 등으로 중단기 재무 부담이 높아진 점은 신용도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단기적으로 1조원의 현금 일시금 지급이 이뤄질 예정으로, 재무 부담 가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 사업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코로나19 확산 충격 및 공격적 투자 지속 등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한 상황으로, 현재 자회사 IPO 및 지분 매각 등 다각도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페루광구 지분 매각,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IPO), SK루브리컨츠 일부 지분 매각 등을 통한 현금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며 SK종합화학의 일부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부채 규모는 모두 23조원으로, 2016년 14조원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149%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차입금(12조원)도 2017년 4조원 이후 3년 연속 증가하면서 세부 내역이 공개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차입금의존도 역시 78.6%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동비율(120%)도 2018년 187% 이후 2년째 낮아지면서 유동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 비중은 2.26%에서 지난해 12.5%로 높아졌다. 직전 5년간 단기차입금 비중은 5.13%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이후로도 헝가리, 중국 및 미국 공장 잔여 투자와 최근 발표한 헝가리 3공장(연산 30GWh 규모) 건설 등에 약 3조~4조원 안팎의 자금 소요가 발생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합의로 2조원 수준의 대규모 자금 유출 및 일시 비용인식 등이 확정된 점은 재무구조 및 신용도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계획된 자산 매각 등이 계획대로 완료되고 영업현금 창출력이 다소 회복될 경우 합의금 지급과 CAPEX로 인한 단기적인 자금 소요를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 대부분이 신규 투자와 합의금 지급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동안 확대된 재무 부담 축소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합의금 지급이 수년에 걸쳐 일어남에 따라 관련 재무 부담의 기간 분산 효과는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총 지급 규모 면에서 재부 부담 크기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적으로 수익성 및 영업현금 창출력 회복, 추진 중인 재무 여력 확충안 성과 등을 통한 최근 수년간 증가한 재무 부담, 배터리 부문 중심의 대규모 투자 소요, 추가 발생한 합의금 부담에 대한 대응 수준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합의로 LG화학은 소송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됨과 동시에 유입되는 현금이 수익성 및 현금흐름을 개선시켜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G화학은 2018년 이후 여수 NCC/PO 증설 및 2차전지 생산설비 신증설과 관련, 연결 기준 CAPEX가 연간 5조~6조원 내외로 증가했으며 영업현금흐름을 상회하는 대규모 자금 소요가 지속되면서 차입금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규모는 9조3878억원으로, 2016년 2조2816억원 이후 4년 연속 불어나고 있으며 부채 규모는 22조원으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주욱 한신평 실장은 "지난해 주력인 석유화학 부문 실적 호조에 힘입어 개선된 영업현금흐름 및 편광판 사업 매각, LG그룹의 북경 트윈타워 매각, 팜한농 유휴부지 매각 등을 통해 투자 자금 소요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합의를 통한 합의금 유입은 투자 확대로 점증하고 있는 재무 부담 관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