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인적분할 후 IT투자회사 주체로 반도체 빅딜 추진 예고...SK하이닉스가 중심에분할 후에도 SK㈜ 손자회사 지위 유지하지만...M&A 추진 걸림돌 제거 효과하이닉스 배당 재원 중심으로 M&A 승부수 띄우는 '중축' 박정호 부회장
  • ▲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SK
    ▲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SK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패권전쟁으로 확전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서 경쟁력을 갖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중간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IT 투자회사 아래 놓이게 되는 SK하이닉스는 각자 대표로 올라선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또 한번의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인적분할 계획 발표로 조만간 IT투자회사가 중간 지주회사로 신설되면서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에서 또 한번의 빅딜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표이사를 겸하게 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후 이와 관련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체가 크게 재편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큰 움직임을 준비할 때"라고 말하며 향후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스몰딜(Small Deal)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빅딜(Big Deal) 중심으로 변화를 추구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내비쳤다.

    박 부회장의 언급을 통해 이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투자에 성공하고 인텔 낸드사업 인수를 눈 앞에 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또 한번의 빅딜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박 부회장은 "국내에서 작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미국에서 큰 움직임을 준비하는 것이 더 급하다"고 표현하며 비교적 구체적인 인수·합병(M&A)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박 부회장이 드러낸 의지를 통해서 보면 SK그룹의 지배구조 정비에 맞물려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앞선 대형 투자에 맞먹는 수준의 빅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SK하이닉스는 앞서 키옥시아 투자에 4조 원 가량을 투입한 바 있고 지난해부터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텔 낸드사업부문은 10조 3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M&A건이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사업을 위해 수십 조원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총수 부재 상황에 놓인 삼성은 외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M&A보다는 자체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부 투자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미국에서 생산공장 신설을 포함한 2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결정을 앞두고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전 세계 반도체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자체적인 설비·기술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사정인건 마찬가지지만 메모리 반도체, 특히 D램에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런 까닭에 최근 각광받는 파운드리나 설계 등 나머지 분야에선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 보다는 M&A를 통한 시장 진출이 훨씬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매물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 ▲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SK
    SK그룹의 대표적인 M&A 승부사로 알려진 박정호 부회장이 지난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맡은데 이어 최근 대표이사에까지 오른데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 부회장은 당초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과정을 주도한 인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을만큼 반도체 사업 육성에 대한 열정과 필요성을 누구보다 높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당분간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 지위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규모 M&A를 추진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한 것에도 박 부회장의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해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SK텔레콤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IT투자회사의 자회사에 속하게 되는데, 인적분할과 함께 SK㈜와의 합병은 당분간 추진하지 않기로 공식화하면서 여전히 SK㈜의 손자회사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신설되는 IT투자회사의 자회사가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규모 M&A를 추진하더라도 과거 구조에서처럼 인수 회사의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는 규제는 피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실상 SK하이닉스와 같은 소속 자회사들의 배당과 로열티 등으로  IT투자회사의 투자 재원이 마련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자금이 결국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재투자되는 구조가 마련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현재 가장 중요한 반도체 분야 투자에 있어 자율성을 확보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성과"라며 "SK그룹의 캐시카우이자 반도체 사업 주체인 SK하이닉스가 결국은 관련 투자를 위한 재원을 충당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영리한 발상"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