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총수 회동 이끌어현대차, SK이노·LG엔솔·삼성SDI 협업"단순 협업 넘어 생태계 주도"
  •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충남 서산시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만나 배터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충남 서산시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만나 배터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한 납품 관계를 넘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협업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대차·기아와 SK이노베이션이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처음으로 공동 개발하기로 하면서 배터리 동맹의 신호탄을 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부터 국내 배터리 3사를 이끄는 총수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밑그림을 그린 전기차 동맹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5~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연이어 만나며 '배터리 회동'을 이끌었다. 

    우선 현대차·기아와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하이브리드차에 들어갈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맞손을 잡았다. SK가 강점을 지난 파우치형 배터리로 앞으로 출시할 차량 특성에 맞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제품 평가, 성능 개선에 이르기까지 긴밀히 손발을 맞추기로 했다.

    양사는 현대차·기아가 출시할 차량 특성에 최적화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제품 평가, 성능 개선에 이르기까지 밀도 높게 협업할 계획이다.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경제성까지 뛰어난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협력은 산업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업계 간 협업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실제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전력 반도체, 수소전기차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업종 간 협력 범위도 넓혀가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차량 전동화 프로젝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와 배터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SK이노베이션이 협력해 대한민국 배터리 기술력과 경쟁력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와 LG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6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회장과 만나 미래 배터리 개발 방향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양사는 동남아 최대시장인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아세안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승부수다. 합작법인은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분을 출자해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합작사 설립 공식 발표는 이르면 연내로 점쳐진다. 2022년 현대차 현지공장의 양산에 앞서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양측은 "다양한 협력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를 미국의 친환경 정책 강화, 자동차 반도체 수급 대란은 배터리 업계와 완성차 업계간 밀월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삼성SDI와도 협업을 논의 중이다. 양사는 HEV 원통형 배터리 공동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시점은 미정이지만 현대차의 세단 HEV에 탑재될 예정이다.

    앞서 평행선을 달리던 SK그룹과 LG그룹의 배터리 전쟁에서도 극적 봉합의 배경에는 양 그룹 오너들이 있었다.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최종합의 전 정의선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송별연에서 만나 교감을 이뤘다. 이후 실무진이 협상을 벌여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작사 설립이나 배터리 공동 개발은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업계에선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간 파트너십 강화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전략적 동맹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지난해 국내 각 그룹 총수들 간 ‘배터리 회동’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