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IT쇼서 파운드리 투자 확대 가능성 시사SKT 지배구조 개편 앞두고 반도체 생태계 확장 필요성 강조...결론은 '파운드리'자회사 하이닉스시스템IC 있지만 역할에 한계파운드리 높은 진입장벽 어떻게 넘을지 '관심집중'
  • ▲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SK
    ▲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SK
    SK가 지배구조 재편과 더불어 반도체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던 가운데 그 투자의 중심을 특히 '파운드리' 둘 것이라는 윤곽이 잡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겸 SK텔레콤 사장은 이 같은 파운드리 투자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와 연관해 상당히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으로 보고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파운드리 분야가 대규모 투자와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에서 SK가 계획하고 있는 투자가 의미있는 수준이 될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SK텔레콤의 중간 지주사 전환 작업과 맞물려 신설되는 IT투자전문회사를 통해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모두 맡고 있고 SK그룹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해온 인물인 박정호 부회장이 전날 이 같은 사실을 직접 언급하면서 반도체업계와 재계의 이목이 쏠려있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전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 참석한 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대만의 TSMC 기술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에 대한 요청을 하고 있다"며 "이에 공감해 파운드리를 하고 있는 삼성과 함께 우리도 투자를 많이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파운드리 분야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서도 박 부회장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과 함께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면서 무엇보다 반도체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농어촌 5G 공동이용 계획' 논의에 참석했던 박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시장 개편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의 큰 움직임에 대응할 방법을 준비하는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작은 회사를 M&A하는 것보단 큰 움직임에 대응이 중요한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 언급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재편되는 움직임에 맞춰 선제적이고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미 D램에서 삼성과 함께 세계 최강자 자리에 서있는 SK입장에선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팹리스업체들과 공생할 수 있는 파운드리 분야 진출만이 과제로 남게 된다.

    박 부회장이 예고했던대로 SK그룹이 지배구조 정비와 함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운드리 분야 투자처를 적극 찾아나설 것이라는데 힘이 실린다.
  •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현재 SK그룹은 SK하이닉스시스템IC라는 파운드리 전문 계열사를 두고 해당 시장에 진출해있긴 하지만 이 회사가 다루는 주력 기술은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파운드리 1위 TSMC나 삼성전자 같은 12인치 웨이퍼 기술 중심 회사들과는 경쟁이 어려운 상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최근 생산설비를 모두 중국 우시로 옮기고 중국 팹리스업체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업체인 '키파운드리'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지만 전략적 투자자인 상태에서 당장 이 지분을 활용해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게다가 파운드리는 적어도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설비가 필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높다. TSMC과 삼성도 과거 수십조 원 규모의 공정 설비를 수년에 걸쳐 구축해 현재의 지위에 갈 수 있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한 해 수조 원의 설비투자와 기술 투자를 이어온 덕에 고객사들로부터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인텔이 최근 미국 정부의 강도높은 반도체 강화 정책에 발 맞춰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IT 강자 인텔 마저도 앞서 파운드리 분야에서 여러번 고배를 마시고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인텔과 같은 막강한 수준의 자본력을 쥐고도 신규업체 진입에 리스크가 크고 좀처럼 이익을 내기 어려운 것이 파운드리 분야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SK에게 남은 카드는 글로벌 파운드리업계를 대상으로 대규모 M&A를 추진하는 일이다. 현재 파운드리업계는 1위 TSMC가 점유율 28%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가운데 또 다른 대만업체인 UMC와 중국 SMIC가 2위와 3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은 파운드리에선 점유율 10% 수준의 4위다. 이어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상위 5개사의 경우 대부분 각 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 기업이고 사실상 M&A가 불가능한 규모라는 점에서 SK의 경쟁사에 그치고 말 전망이다. 5위 안에 들지 않고 점유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나머지 업체들을 대상으로 물색에 나설 수는 있지만 실익이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는 평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선 대규모 M&A 추진도 쉽지 않은 가운데 SK 내부적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진입이 가능한 방안을 찾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