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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지난 연말기준 RBC(지급여력비율)가 보험사 중 최하위를 기록,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양사는 물론 그룹도 자본확충 계획이 없어 향후 개선 가능성도 희박하다.
29일 금감원과 업계 등에 따르면 2020년 12월말 기준으로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RBC 비율이 각각 172.1%, 161.8%로 나타났다.
흥국생명은 24개 생보사 중에 꼴찌이고, 흥국화재는 29개 손보사 중에서 MG손해보험(135.2%) 다음으로 최하위에 랭크됐다.
RBC(지급여력비율)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며,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감원에서는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100% 이하로 떨어질 경우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요구나 명령 등의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그만큼 RBC비율은 보험사에 있어서 중요하고, 고객은 물론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최우선 지표이다. 내가 가입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투자자 측면에서도 지속가능한 보험사인지, 재무구조가 열악한 곳인지 확인할 지표로 여겨진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자본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한다. 그럼에도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자본확충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RBC비율이 업계 내에서 낮은 편이지만,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상품 포트폴리오 등 관리작업은 하고 있으며, 현재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에 자본확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금리가 상승하며 채권평가 손실이 발생해 RBC비율이 하락했다”며 “중장기적으로 투자로 인해 손익 증가가 예상되고, 2023년 K-ICS가 도입되면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흥국화재도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최소한의 RBC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태광그룹도 보험 계열사들을 위해 자금을 수혈해줄 여력이 없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해줄 상황이 아니다”라며 “오너 공백 이후에 각자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당분간 최하위 수준의 RBC비율 지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