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범석 의장 총수 지정 재검토 했지만 결국 무산미국 기업 쿠팡inc 규제 힘들고 외국인 투자 경색 가능성도80년대 만들어진 낡은 규제의 한계만 재확인… 결국 국내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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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총수 없는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글로벌 혁신 기업이 규제에 성장이 막히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 

    그간 공정위가 쿠팡을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분류하려던 당초 판단에 대해 재검토를 시작하면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글로벌 기업을 국내용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한계 속에서 낡은 규제만 재확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의 총수 지정 여부는 전원회의 등을 통해 치열한 논의를 거쳤지만 결국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여기에는 외국인은 총수로 지정하지 않는다는 선례가 주효했다. 또 미국 국적자인 김 의장이나 미국 상장법인인 쿠팡inc를 국내법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당초 총수 없는 기업집단 지정 방침을 뒤집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결국 원점으로 회귀한 셈이다. 

    여기에는 해외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는 우려를 감안했다는 평가도 있다.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의 지배주주를 무조건 총수로 지정할 경우 해외 자본이 5조원 이상 국내 투자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자본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야하는 한국 상황에서 자산규모 5조원이 넘어가면 총수로 지정돼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받아드릴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라며 “글로벌 기업에 1980년대 재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실제 애당초 미국에 상장한 미국기업 쿠팡inc를 공정위가 직접 규제하기 쉽지 않고 외국인에 대해 총수 지정을 한 사례도 전무하다. 실제 한국GM과 S-Oil은 모두 총수 없는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다. 

    공정위 측은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당장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규제하기에는 집행가능성 및 실효성 등에서 일부 문제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쿠팡에 대한 총수 지정을 추진했지만 낡은 규제의 한계만 재확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1980년대 재벌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해 상호출자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계열사간 거래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하는 제도다. 계열사 거래, 친인척 주식소유·변동 현황에 대한 보고 의무까지 생겨난다. 

    문제는 이런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를 2021년 글로벌 혁신 기업에 적용할 수 있냐는 점이었다. 쿠팡은 김 의장의 친인척이 지분을 가진 법인도 전무하고 복잡한 순환출자나 김 의장 개인 회사도 전무했다. 무엇보다 쿠팡inc는 미국 상장법인으로 이미 미국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자산규모 5조원을 넘는 기업집단에 기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세계에서 대기업집단을 지정해 다양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발굴을 위한 벤처기업, 유망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규모가 작아도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각종 지원제도에서 배제되며 계열사의 지원도 일감몰아주기, 부당지원행위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이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만 글로벌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