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73조5958억원신용융자 잔고 사상 최고치…증시로 자금 유입 이어져SKIET 등 공모주 청약 열풍·가상화폐 가격 폭락 영향
  •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면서 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급증하고 있다. 약 3개월 반 만에 74조원에 육박하며 자금이 증시로 빠르게 재유입되는 모습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도 23조원대로 올라섰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73조5958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2일 역대 최고치(74조4559억원)를 기록한 이후 약 3개월 반 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입을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거나 주식을 매각한 뒤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에 남은 대기자금으로 향후 주식에 투자될 가능성이 있는 돈으로 해석된다.

    당초 양호한 수급 환경에 따라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투자자예탁금도 60조원대에 머무르며 상승 동력을 잃었다. 지난달 11일에는 57조6371억원까지 줄었다.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투자하는 신용융자잔고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잔고는 23조450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22조2354억원에서 1조2000억원 가량 늘었다. 

    시중 유동자금이 증시로 가파르게 이동한 것은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 청약을 앞두고 투자자예탁금이 크게 늘어났다. SKIET는 사상 최대인 81조원의 청약증거금을 끌어 모으며 공모주 시장 역사를 새로 썼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가상화폐에 대해 각국 금융당국들이 과세와 규제방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가격 조정을 맞았다.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이라며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언급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하락 시점과 맞물려 투자자예탁금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이 8000만원을 웃돌던 지난 13일 63조6019억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전날 기준 69조4172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코스피가 3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박스권 탈피 조짐이 감지되는 점도 자금 유입을 부추길 것이란 시각이다. 지난 20일 코스피는 3220.70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월 25일(3208.99) 이후 3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을 다시 썼다.

    코스피 거래대금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초 14조원대에 그쳤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지난 29일 19조원으로 치솟았다. 

    한편 다음달 3일 공매도 부분 재개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인 새로운 개인 대주제도를 마련하고,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모는 절반 이하로 줄였다. 개인대주 주식대여로 확보된 물량은 총 2조4000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