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집값·자금조달 비용 모두 상승 … 은행권 자본완충력 시험대주담대 규제·세제 인상·출연 확대, 금융사 비용 구조 ‘압착’ 현실화지배구조·감독 변수까지 겹쳐 … 정부 출연금 압박도 거세져확장보다 생존 전략 … 5대 금융, AI·생산금융으로 체질 전환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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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붉은 말의 해. 금융권은 질주보다는 체중을 낮추고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출발선에 섰다. 연평균 1421원인 고환율이 뉴노멀 환경으로 자리잡았고, 금리 인하 시점이 가늠되지 않는 가운데 정책 규제는 더 촘촘해졌다. 치솟는 집값과 은행법 개정·세제 인상·주담대 강화·출연금 압박까지 이어지며 금융사 전략은 '확장보다 방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환율·집값·금리의 3중 부담고환율은 은행의 자본 부담을 직접 자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421.9원, 장중 1480원대까지 치솟으며 과거 위기 수준을 재돌파했다. 환율이 10원 상승 시 기업 외화부채는 약 8800억원 증가한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수출업체 익스포저 확대는 곧 충당금 확대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은행 내부 스트레스테스트도 강화되는 분위기다.부동산 시장 역시 위험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8.48% 상승, 2018년(8.03%)을 넘어섰고 2006년 이후 최대폭이다. KB 통계 기준 평균 매매가가 15억 800만원으로 사상 처음 15억원을 넘기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부담·조달 금리 상승이 겹쳐 금융 리스크는 가계 쪽으로 전가되고 있다.금리 구조도 편치 않다. 기준금리는 2.5%로 네 차례 동결됐으나 자금조달비용 지표인 COFIX는 2.49→2.81%(8~12월)로 뛰었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6.2%, 하단만 보면 한 달 새 0.4%p 이상 반등했다. 기준금리는 멈춰섰지만, 시장금리·은행 조달비용의 반등으로 실제 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한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규제는 더 강해지고 출연 요구 확대까지올해부터 주담대 위험가중자산(RWA) 하한이 15%에서 20%로 높아지며 은행은 대출 1원당 더 많은 자본을 묶어야 한다. 은행법 개정으로 대출금리에 법적 비용을 반영하기 어렵게 되면서 연간 약 2조원 수준의 순이익 감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교육세·법인세 인상분까지 고려하면 지주 순익의 평균 3%가 줄어든다는 전망도 있다.더 큰 고민은 정책 대응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역점과제인 국민성장펀드의 경우 150조원 중 절반을 민간 금융이 부담하는 구조다. 자금 75조원 중 약 67%에 해당하는 50조원을 사실상 금융권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서민금융 출연금은 6321억원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장기 연체채권 정리·배드뱅크 논의·각종 기금 출연까지 더해지며 은행의 재무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형국이다.이재명 대통령이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은행 이익 대비 출연금은 소소하다"는 발언이 더해지며 금융권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통령이 은행의 공적 책임 의식을 문제 삼은 것은, 향후 출연 확대나 제도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책 참여 확대는 사회적 명분이 있지만, '자본여력 축소 → 대출 공급력 저하 →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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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장 대신 정비' … 금융사, AI·생산금융 체제로 재정렬금융사들은 규제 대응과 동시에 내년 성장 동력도 새로 짜고 있다. 5대 금융지주는 AI·데이터 기반 조직 확장과 생산적 금융 지원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KB금융은 IT·정보보호를 준법감시 체계로 이관하고, 사이버보안센터를 신설했다. 그룹 차원의 CIB마켓부문과 미래전략부문을 신설하며 투자금융 확장과 AI 전환을 동시에 추진한다.신한금융은 여신 부문 내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하고 고금리 부담을 낮추는 '헬프업&밸류업'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하나금융은 조직을 투자·생산적금융부문으로 개편하고, 소비자보호·ESG·디지털 신사업을 통합 관리하는 신사업·미래가치부문을 출범시켰다.우리금융은 80조원 규모의 미래 동반성장 프로젝트에 대응해 IB·기업금융 내 투융자 조직을 분리했고, 디지털전략그룹은 AX혁신그룹으로 전환해 AI 기반 업무 혁신에 나선다. NH농협금융은 AI데이터부문을 세우고, 디지털자산 전담 조직을 확대해 스테이블코인·블록체인 대응력을 높였다.◆ 저성장·고환율의 장기화, 금융 경영 프레임이 바뀐다한국 경제는 3년 연속 2% 이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은·KDI·KIET는 2026년 성장률 1.8~1.9%, 금융권 전망치는 평균 2% 안팎. 반도체·AI 투자가 경기 회복을 이끌 수 있지만 고환율 고착은 물가·자금시장에 부담을 주는 변수다.연평균 환율 1421원은 IMF 직후(1394.9원)를 넘어선 수치다. 연말 종가 기준도 1439원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의 기준을 1300원이 아닌, 1400원으로 삼고 있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사 경영전략 역시 고환율을 기본 전제로 설계하는 운영체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결국 올해 금융 경영의 키워드는 리스크·유동성·속도조절이다. 외환·대출·자본 부담을 관리하면서도 AI·생산금융은 놓칠 수 없는 과제다. 공격적 자산 확대보다 내실·방화벽·선제충당금이 우선되는 구도인 셈이다.금융정보원 관계자는 "금융권이 올해 자본·충당금·외화유동성 완충장치를 얼마나 학보하고, 성장금융·혁신투자 여력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금융사의 체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