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위 제시한 '미래의 범위' vs 정부가 뽑아야 할 '당장의 숫자'의협·전공의 "추계 신뢰성 제로, 보정심은 들러리일 뿐"절차 정당성 둘러싼 전면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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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2040년 의사 부족 규모를 최대 1만1136명으로 제시했다. 당초 언급된 수치보다 낮아졌지만 갈등의 불씨는 추계치가 아니라 반영 방식에서 더 거세질 전망이다.15년 뒤 부족분을 근거로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얼마만큼 어떤 속도로 늘릴지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내년 1월 집중 논의하기로 하면서 의료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이 다시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30일 추계위는 2035년 의사 부족 규모를 1535~4923명, 2040년은 5704~1만1136명으로 제시했다. 겉으로는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은 듯 보이지만 이 수치는 하나의 결론이라기보다 가정과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범위다.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 근무일수 조정, 의료이용 적정화 수준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의사 수요 추정치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부족분 추계가 시나리오 선택에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이 범위가 곧바로 정원 숫자로 번역되는 것이다. 정부는 2027학년도 이후 정원 논의를 입시 일정에 맞춰 결론을 내야 한다.내년 보정심 테이블 위에서는 최대 1만1000명 부족이라는 명분이 증원의 근거가 된다. 예측치보다 낮아진 수치여도 의료계는 15년 뒤 부족과 당장 증원 사이의 인과를 부인하며 투쟁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이미 전초전은 하루 전 보정심 1차 회의에서 치러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과거 2000명 증원 결정 과정을 소환하며 보정심이 정부 결정을 정당화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시간에 쫓긴 운영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는 의협의 메시지는 결국 정원 결론을 서두르지 말라는 경고로 읽힌다. 특히 AI 도입, 기술 발전, 생산성 변화를 심의 기준에 명시해놓고도 실제 추계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공격하며 추계 결과 자체의 해석 권한을 보정심이 재검증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깔았다.전국전공의노동조합도 "행정적 절차의 의미는 있으나 정책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며 추계위의 결과를 정원 확대의 근거로 직선 연결하는 시도를 견제했다.기피과 문제, 전달체계 붕괴, 만성적 과로·저임금, 교육 부재가 해결되지 않으면 증원은 불필요한 이용 증가와 의료비 상승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의실 부족과 의학교육 인증 기준 문제를 꺼낸 것은 증원 속도가 빨라질수록 현장이 먼저 무너질 수 있다는 논리로 받아들여진다.반면 정부는 필수의료 회복과 지역의료 보강을 성과로 제시해야 하는 압박이 크다. 같은 숫자를 놓고도 해석이 갈리는 이유다.모 지역의사회장은 "2040년 부족이 최대 1만1000명이라면 이를 2027년부터 정원으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치적 계산이 개입된다"며 "단순 산술로도 연간 순증 규모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교육·수련 여건의 부담이 달라진다"고 우려했다.의료계 관계자는 "보정심이 또다시 속도전에 들어가면 의료계는 2000명 사태의 트라우마를 앞세워 정면 저지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2차 의정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