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저금리 파티' 후폭풍, 만기 물량 역대 최대1%대 금리, 4% 이상으로 '껑충', 차환 비용 눈덩이BBB급 금리는 9% 육박·우량기업마저 발행 철회설상가상 공사채 물량 증가, 회사채 '돈맥경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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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오년 새해를 하루 앞둔 한국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채 '만기 장벽'과 마주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초저금리로 끌어다 쓴 막대한 자금의 만기가 고금리 시기인 내후년에 집중되면서다.조달 금리가 1%대에서 5~7%대로 급등함에 따라 기업들의 이자 비용 폭증이 불가피해졌고, 자금 시장의 변동성마저 확대되며 '돈맥경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026년 만기 78조 '역대 최대' … 1분기부터 30조 몰린다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6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78조 15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당장 내년 1분기에만 1월 10조 8508억원, 2월 11조 2925억 원 등 총 30조원 이상의 만기 물량이 쏟아진다.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저금리 파티의 청구서가 도착했다"고 평가한다. 내년 만기 물량의 상당수는 2020~2021년, 연 1~2%대의 유례없는 저금리 환경에서 발행된 채권들이다. 당시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앞다퉈 채권을 발행했으나, 금리 인상 사이클을 거치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1%대→4%대 '살인적 금리차' … 이자 비용 감당 '비상'가장 큰 문제는 차환(Refinancing) 비용의 급증이다. 현재 시장 금리를 고려할 때, 기업들이 만기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려면 연 4%대(A등급 기준)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불과 3~5년 만에 조달 금리가 3배 이상 뛴 셈이다.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기 힘든 한계기업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기업들의 차환 발행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다"며 "수익성이 낮은 기업부터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BBB급 금리 9% 육박 … "우량채도 안 팔린다" 발행 철회 속출시장의 '옥석 가리기'는 이미 심화하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 등급(BBB급) 회사채 금리는 최근 연 9%대에 육박하며 외환위기 수준의 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AA-) 간 금리 차인 '크레딧 스프레드'는 지난달 40bp(1bp=0.01%p) 수준에서 최근 50bp대까지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부도 위험을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우량 기업들조차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SK텔레콤(AAA)은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회사채 발행 검토를 잠정 중단했고, KCC글라스(AA)도 1500억원 규모의 발행 일정을 내년 1분기 이후로 연기했다. 자금이 급한 SK온(A+)의 경우 민평 금리(개별 민간 채권 평가사 평균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서야 겨우 목표액을 채울 수 있었다.◇ 공사채 물량 공세에 '연초 효과' 실종 우려설상가상으로 내년에는 공사채 발행 물량까지 늘어날 전망이라 민간 기업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SOC 및 부동산 PF 지원 등으로 인해 내년 공사채 발행은 올해보다 5조~10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자산인 공사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로 인해 회사채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증권가에서는 통상 연초에 자금 집행이 늘어나는 '연초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담당자는 "기관 투자자들이 북클로징(장부 마감) 모드를 유지하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전까지는 살얼음판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