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제안노선 경제성 0.8·종합평가도 기준 미달강남 직결시 2호선과 중복 불가피…전문가들 '회의적'4차국가철도망 반영돼도 장담 못해…예타 통과 힘들듯국토부 애초 '김용선'도 검토…B노선 선로 절반 공유 가능사업시행자·방식 미정에 미발표…일부구간만 민자 추진할듯
  • 이른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으로 불리는 서부 광역급행이 김포장기~부천종합운동장을 잇는 '김부선'으로 공개되면서 논란이 거세다. 교통난에 시달리는 김포·검단지역 주민은 "인구 50만에 달하는 도시에 서울 직결 노선이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한다. 정부는 뒤늦게 GTX-D를 여의도나 용산까지 연장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태도지만 강남 직접연결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철도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냉정하다. GTX-D만 놓고 보면 수도권 서부지역의 교통난 해소 말고도 고려할 사항이 적잖다고 말한다. GTX-D의 향방과 문제점, 노선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註>
  • ▲ 열차.ⓒ연합뉴스
    ▲ 열차.ⓒ연합뉴스
    GTX-D 논란의 핵심은 교통난을 겪는 신도시 주민들의 바람과 정부나 철도전문가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도시 주민은 좀 더 빠르고 편한 교통편익을, 정부나 철도전문가는 한정된 재원을 토대로 투자 효율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어느 가치가 더 중요하냐는 별개의 문제다. 관건은 어떻게 타협·절충점을 찾느냐다.

    정부로선 한정된 재원이 고민거리다.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각종 사회안전망과 복지 예산 지출이 늘어 재원이 부족하다. 특히 문재인정부 같은 진보정권은 재원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보다 보편적 복지 수혜 확대에 집중 안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앞서 GTX-D 논란이 촉발되자 국토교통부가 "올해 운영비용을 뺀 철도 인프라 건설비가 4조원쯤이다. 10년 중장기계획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40조원쯤이라고 할 때 10조원짜리 단일사업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포 주민들은 국토부가 말하는 10조원 사업은 인천시가 제안한 인천공항→청라→검단→계양→서울남부→하남 연결안이라며 경기도가 제안한 김포→검단→계양→서울남부→하남 노선은 5조8894억원으로 추진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 노선에 대해 국토부가 추산한 사업비는 6조5000억원쯤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기도 제시안이 전문가 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는 점이다. 국토부와 복수의 철도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교통연구원은 이번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2021~2030년)안을 마련하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제안한 노선도 함께 검토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소위 '김용선' 연장운행을 뒷북으로 검토하려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김용선을 포함해 여러 대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고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기도 제안노선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 GTX B노선 예타 통과 발표.ⓒ연합뉴스
    ▲ GTX B노선 예타 통과 발표.ⓒ연합뉴스
    GTX-B는 한때 사업성이 부족해 폐지까지 거론됐다가 정부의 정책적 의지로 사업추진이 이뤄진 사례다. 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서 B/C가 0.33에 불과했다.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과 유익함은 33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B/C는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2019년 재예타 중간보고에서도 B/C는 0.8 남짓이었다. 이 사업은 재정당국이 이례적으로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B/C분석에 포함하면서 1.0이 나와 턱걸이로 예타를 통과했다.

    경기도가 제안한 노선의 B/C는 0.8쯤으로 예상된다. B/C가 낮아도 AHP 값이 높으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다. GTX-B노선은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이 빠진 경제성분석(시나리오1)에서 B/C가 0.97로 기준치를 못 넘었지만, B/C에 지역균형발전 등 계층화 분석값을 추가한 종합평가에선 기준값(0.5)을 넘겼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경기도 제안노선은 사실상 강남 2호선 밑에 똑같은 노선을 건설하는 것"이라며 "적잖은 예산을 들여 중복 노선을 운영해야만 해 전문가그룹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적자가 1조원이 넘었는데 2호선만 흑자였다"면서 "중복 투자가 이뤄지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텐데 이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꿀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전문가 평가에서 AHP 값이 기준치를 밑돌았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재정당국이 정치권의 민원에 떠밀려 지역숙원사업을 처리할 때 B/C가 나빠도 종합평가에서 기준치를 넘기는 방식을 통해 사업추진 동력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철도전문가는 "일반인이 간과하는 부분이 설령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경기도 안이 반영되더라도 건설사업이 확정되는 게 아니다"면서 "지난 1~3차 철도망계획에서 고시한 사업 중 실제로 착수된 사업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된다는 것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예타 대상사업에 이름을 올렸다는 의미이지 사업 추진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B/C는 물론 종합평가에서도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노선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은 원칙적으로 희박할 수밖에 없다.
  • ▲ GTX 노선도.ⓒ연합뉴스
    ▲ GTX 노선도.ⓒ연합뉴스
    철도전문가들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GTX-D가 정부안대로 김부선으로 고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여론을 수렴해 단서를 덧붙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애초 여의도나 용산까지 연장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만큼 이를 사업추진의 단서로 붙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고시안에 민자사업 추진 검토 같은 단서 조항을 부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했다.

    철도전문가는 GTX-D가 김용선이 돼도 기존 GTX-B노선(송도~남양주 마석) 운행에는 당장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다. GTX-D가 GTX-B 선로를 공동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예타 문턱을 턱걸이로 넘긴 GTX-B의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탓이다. 한 철도전문가는 "GTX는 출퇴근 등 러시아워에는 5분, 평소에는 8~10분 간격으로 운행할 것"이라며 "B노선 수요가 5분마다 1대씩 보낼 정도가 아닌 만큼 선로용량을 절반쯤 D노선과 공유해도 현재로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GTX-B의 사업시행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변수로 꼽힌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김용선을 함께 검토했지만, B노선 사정 때문에 발표를 안 한 것으로 안다"면서 "만약 B노선 사업자가 D노선까지 운영한다면 수요가 늘어나므로 선로 공용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올 연말쯤 B노선 사업자를 공모할 방침이다. B노선은 지금까지 민자적격성 검토에서 두 차례나 퇴짜를 맞았다. 정부가 최대 50%까지 시설임대료를 주는 'BTO(수익형 민자사업)·BTL(임대형 민자사업) 혼합형 민자사업모델까지 검토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남은 방식은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거나 일부 구간에 대해서만 민자사업을 유치하는 방안이다. 6조원에 이르는 사업비가 부담스러운 만큼 재정당국이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려고 일부 구간을 쪼개 민간에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