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 소니-TSMC에 20나노급 반도체 공장 설립 제안TSMC서 칩 공급받는 소니...日내 합작공장서 안정적 공급 추진나서반도체 품귀 길어질 조짐에 日도 생존방향 본격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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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우리나라와의 메모리 반도체 전쟁에서 대패했던 일본이 또 다시 불어닥친 글로벌 반도체 쟁탈전에 뒤늦게 참전하는 모양새다. 자국기업인 소니에 칩을 공급하는 대만 TSMC와 손을 잡고 일본 내에 합작 파운드리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일본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다.

    28일 로이터 및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상공부는 1조 엔(약 10조 원)을 들여 국내에 소니와 TSMC의 20나노급 파운드리 공장 설립을 제안해 추진한다. 양사 합작으로 소니 이미지센서 공장 인근인 일본 구마모토현에 새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이번 합작 파운드리 공장 설립에 양사가 합의하게 되면 TSMC는 일본 내에 처음으로 생산공장을 두게 되고 소니는 그동안 TSMC로부터 공급받던 이미지센서 칩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우리나라 보다 앞선 D램 생산 경쟁력으로 일찌감치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던 일본은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메모리 강자에 자리를 완전히 내준 바 있다.

    현재는 일본에서 그나마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분야는 소니가 하고 있는 이미지센서로,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은 48%를 넘어선 독보적인 1위다. 소니가 이미지센서로 한 해 올리는 매출 규모만 90억 달러(약 10조 원)에 가까운 수준이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로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 5G 스마트폰이나 자율주행차, 로봇 등의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CMOS 이미지센서(CIS)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KPMG에 따르면 CIS를 포함한 전체 센서 시장은 지난해 47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2%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1430억 달러 규모로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입장에선 날로 커지는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독보적인 소니를 앞세워 파운드리 최강자인 TSMC를 자국으로 유치해 안정적으로 해당 시장을 공략해가는 동시에 추후 다른 반도체 시장 진출을 꾀할 수도 있다.

    소니의 이미지센서 분야와 함께 일본이 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또 다른 분야인 '차량용 반도체'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발전된 반도체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40나노미터 공장으로, 르네사스의 글로벌 점유율은 20~30% 수준이다.

    르네사스는 지난 3월 이바라키현에 두고 있는 생산공장 화재로 시설 가동이 중단되는 등 위기를 겪으면서 한 때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을 빚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이런 상황을 겪으며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하며 TSMC 유치를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까지 사실상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참전을 선언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을 유치하려는 각 국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수백조 원의 투자가 예정돼있지만 이처럼 일본이 대만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 합종연횡이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